LOL만 잘해도 대학갈 수 있다?

2014-03-26 11:39:40 게재

중앙대 스포츠과학과에서 e-스포츠를 실기 과목으로 반영하는 전형을 새로 발표했다. 특기 위주 전형이라 수상 실적을 80%, 기초 실기 및 면접을 20% 정도 반영하여 수능최저등급 없이 선발한다고 한다. 골프나 볼링, 배드민턴 등 기존의 체육 실기에 끼워 넣은 정도이지만, e-스포츠를 주요 대학 전형에서 인정한 경우는 처음이라 나름 주목할 만하다.
그러면 누군가는 게임만 잘해도, 아니 LOL(리그 오브 레전드)만 잘해도 중앙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나 LOL에 미쳐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부모님께 변명할 근거가 생겼다고 좋아할지 모른다. 그러나 게임계에서 공인된 수상 실적이란 게 무얼까. 만약 SKT 팀이랑 붙어서 ‘페이커’를 꺾고 우승했다면 혹 모르겠다(페이커를 모르는 학부들은 축구의 메시나 호날두 정도라 생각하시면 된다). LOL을 즐기는 학생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PC방 다니는 수준이 아무리 높아봐야 연습생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그러니까 중앙대의 저 전형은 PC방 들락거리는 학생들을 위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최고 수준의 선수가 대학을 갈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1996년생으로 올해 고3 나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뭐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다. 학부모들 중에서도 특정한 입시 전형을 노리고 해당 스펙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 특기자가 대표적이다. 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해 AP시험이나 자격증 준비에 바쁜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노력을 폄하해선 안된다. 문제는 ‘올인’이다. 수시 전형이란 대학이 자율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서, 정시에 비해 기준이 모호하고 변경도 잦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컨대 올해 영어 특기자 전형이 대폭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영어만 준비한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다른 해결책은 없다. 학생부 전형은 입학사정관제 때부터도 말이 많았다. 비교과 수행 활동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결국 대개는 내신 성적 좋은 학생이 뽑힌다.
언제나 대학 입시는 실력 좋은 학생을 뽑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점수로 다 반영하지 못하는 실력은 논술과 비교과로 보완한다. 이 ‘큰길’을 마다하고 ‘샛길’을 지름길로 착각해선 안 된다. 3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상심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리한 전형이 뭐가 있는지 새삼 기웃거리기 쉽다. 무엇보다 실력을 쌓는 게 먼저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방대원 부원장(토나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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