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다이버전트’

2014-04-29 08:58:22 게재

통제사회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액션 판타지

1932년 올더스 헉슬리는 그의 책 『멋진 신세계』에서 과학의 발달로 철저하게 통제된 미래사회를 ‘멋진 신세계’로 풍자했다. 알파플러스부터 엡실론까지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철저하게 나뉘어져 주어진 역할에 따라 살아가는 ‘멋진 신세계’에서 사랑, 정의, 판단 등의 가치를 지닌 인간은 돌연변이 야만인에 해당된다. 베로니카 로스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만든 ‘다이버전트’는 철저한 분파 시스템으로 통제된 사회에서 벗어나려는 돌연변이(진정한 인간)들의 저항과 투쟁을 그려냈다.

질서와 복종을 거부하고 자유를 선택한 ‘다이버전트’
폐허가 된 도시에서 인류는 하나의 사회, 다섯 개의 분파로 나뉘어 자신이 속한 분파의 행동규범을 절대적으로 따르며 철저히 통제된 세상에서 살아간다. ‘핏줄보다 분파’를 슬로건으로 하는 사회에서 모든 구성원은 열여섯 살이 되면 자신이 평생 속할 분파를 결정하기 위해 테스트를 치른다. 희망과 지원은 형식일 뿐, 생각을 읽어내는 적성검사에서 분파가 결정되는 셈이다.
테스트 과정에서 어느 분파에도 속할 수 없는 대상은 다섯 개의 분파 이외에 다이버전트로 분류된다. 이들은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시스템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입장에서 보면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들이다. 다이버전트로 판정받은 소녀 트리스(쉐일린 우들리)는 정체를 숨기고 수호자 분파인 돈트리스를 선택한다.
돈트리스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해 훈련을 받던 트리스는 확고해보이던 사회 속에 특정 분파의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고 돈트리스 지도교관 포(테오 제임스)와 함께 자유를 위해 체제와 정면승부를 펼친다.

효율만을 추구하는 다섯 개의 분파 체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올바른 국가를 위해서는 지혜, 용기, 절제의 세 가지 덕목이 필요하며 이 세 가지 덕목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정의로운 국가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즉, 지식을 쌓은 통치자들이 지혜롭게 국가를 통치하고, 용기 있는 수호자들이 국가를 보호하며, 일반시민들이 쾌락과 욕망을 억제하고 절제로서 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다이버전트’는 비록 다섯 분파로 나뉘어져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플라톤의 국가관을 따른다. 다섯 분파가 추구하는 가치는 애브니게이션의 이타심(정치인), 돈트리스의 용기(군인), 에러다이트의 지식(교수, 연구원), 애머티의 평화(상담가, 간호인), 캔더의 정직(법조인)이지만 이 다섯 가지 가치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 대립하거나 상하관계에 놓이게 된다. 결국 지식을 주요 가치로 삼고 있는 에러다이트 분파가 모두를 통제하려는 음모를 꾸미면서 분쟁이 불거진다.

청소년들에게 진로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축소판
영화에서 아이들은 열여섯 살이 되면 분파를 결정해야 한다. 언뜻 보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적성검사 결과로 분파가 정해지면 개인의 직업, 생활방식, 습관, 성격, 복장, 인생의 목표까지 분파의 행동양식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 만약 뚜렷한 적성을 보이지 않고 여러 기질을 보이면 남과 다른 존재로 판명돼 공동체로부터 단절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조금 확대해서 바라보니 우리 청소년들의 진로선택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할 여유 없이 부모에게 이끌려, 또는 주변의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진로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도 아니면 대학입시를 위해 스스로 쫓기듯이 진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우리 아이들이 성급하게 맞지 않는 옷을 사서 그 옷을 버릴 수도 없이 억지로 입고 살아간다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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