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에게 듣는다│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주민행복지수 1위 도시 명성 지킨다

2014-07-21 12:40:35 게재

불편·간섭 줄이고 신뢰도 높이는 행정 … 용산공원 조성, 주민 목소리 반영해야

"4년간 주민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해왔는데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이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삶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성장현(사진) 서울 용산구청장은 '행복한 용산시대'를 민선 6기 기치로 내걸었다. 그가 말하는 행복은 거창하고 원대한 계획이 아니다. 그는 "주민들이 일상적인 작은 일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으면 된다"며 "행정의 기본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4년 전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식사시간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주민들은 살림살이도 팍팍한데 5000원짜리 국밥을 먹고 4만원짜리 딱지를 떼이면 정당한 단속이라 공감하기보다 불쾌감만 커진다고 호소했다. 교통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면 굳이 단속을 위한 단속을 할 필요가 있겠냐고 판단했다.

성 구청장은 "택시운전사들이 '밥은 용산에서 먹고 간다'고 얘기들 하더라"며 "큰 금액은 아니라도 그게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식사시간대 주차단속 예외는 각 자치구와 서울시까지 확대됐다.

음식점을 비롯해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점검은 '언제 어떤 항목을 살피겠노라' 사전에 반드시 통보를 했다. 실적을 위한 기습점검은 없앴다. 인·허가 서류를 접수한 이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강을 요구하기보다 사전에 검토한 뒤 여러 부서에 걸친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했다. 성 구청장은 "주민 발목잡는 일을 없애고 감동을 주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며 "(그 결과) 주민들이 공공을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에서는 주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급격한 개발과정에서 갈라지고 지친 주민들을 하나로 보듬기 위해 사람을 중심에 놓고 행정의 기본을 다하기 위해 애써왔다. 주민들 역시 여야 세대 지역 갈등 없이 지역 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아왔고 지난 4년간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으로 발목 잡는 사례가 단 한건도 없었다고 성 구청장은 자부한다.

그 결과물일까. 용산구 주민 행복지수는 서울 전체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서울연구원이 시민 4만56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공개한 자치구별 행복지수에 따르면 용산구가 100점 만점에 72점으로 가장 높다. 서울시민 행복지수 66.5점보다 6점 가량 더 나왔다.

주민들이 그 행복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기 좋은 용산' '다함께 잘 사는 용산' '안전하고 행복한 용산'이라는 주요 목표를 잡았다.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강북 교육 1번지를 만들기 위해 100억원을 목표로 꿈나무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효창·용문동 재개발부지를 활용해 청소년들이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는 청소년 문화공간을 건립한다. 공공재원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복지재단과 거점별 노인 생활·돌봄공동체 설립, 한강로 일대 방재시설물 구축으로 복지와 안전을 강화할 방안이다.

정부와 서울시 도움이 필요한 굵직한 현안도 기다리고 있다. 미8군이 떠나는 자리에 들어설 용산공원이 그 중 하나. 안보 때문에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일상에 불편을 겪었는데 공원 조성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도 주민 뜻을 묻지 않았다. 거대한 공원이 들어서더라도 주민들은 수혜자이면서 쓰레기나 교통혼잡 등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성 구청장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민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주민들 목소리를 반영, 용산의 색을 입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국제업무지구 한남뉴타운 개발을 비롯해 마사회 화상경마장 이전까지 서울시와 손발을 맞춰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다. 박원순 시장 역시 사람을 우선하고 시민이 행복한 도시라는 비슷한 정책기조를 내걸고 있는 만큼 원활한 협조는 기대된다. 다만 주민의 바람을 이루고 소통과 화합 통합만이 지역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는 초심을 유지해야만 가능한 일이라 판단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은 "주민들이 구청이 어디 있는지 몰라도 되게끔 한발 앞서 살피겠다"며 "용산구민 행복지수가 서울시 1위를 넘어 대한민국 1위가 될 수있도록 굵직한 지역현안부터 작은 일까지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승진은 '조상덕']

"승진한 직원들에게 '이번 주말은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산소에 성묘를 하고 '어머니 아버지 승진했습니다, 보살펴주신 덕분입니다'라고 고하라고 했어요. 하루 저녁만큼은 퇴근 직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 짝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밥을 사라고 권했습니다."

성장현 구청장은 스스로를 '교과서적인 삶을 산다'고 평가한다. 승진심사가 있던 날에도 새벽 일찍 일어나 목욕재개를 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대상자 한명 한명을 떠올리며 고민할 정도였다. 마음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결정을 한다면 자칫 허튼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승진발표가 난 뒤에는 간부 승진자들을 불러 미끄러진 동료에게 욕을 먹지 않도록 열심히 해달라 당부했다. 무엇보다 부모와 가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하라는 그의 신념을 전했다.

그는 그만큼 가족을 강조한다. 어버이날이면 자신이나 배우자의 부모님을 구청장 이름으로 초청해 아들·딸·사위·며느리 직장환경은 어떤지, 무슨 일을 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게끔 하고 있다. 지역사회 부모인 노인들이 눈물과 땀으로 일군 결실을 하루만큼은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루잔치도 구상 중이다. 성 구청장은 "부모와 조상을 생각하면 좀 더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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