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소통하는 학교도서관│서울 혜화초등학교 도서관

"학교에서 엄마랑 책 가지고 놀아요"

2014-07-21 11:04:44 게재

독서·도서관 이용 지도는 학교도서관과 부모가 함께

소식지 '책터꿈터' 통해 학생·학부모와 적극적 대화

#지난달 13일 오후 6시 30분. 1~2학년생과 학부모 40명이 서울 혜화초등학교 도서관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저마다 신이 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떠들었다. 엄마 아빠들의 표정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도서관-리딩맨(ReadingMan)'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늦은 시간 학교도서관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이다.
지난달 13일 오후서울 혜화초등학교서 '학부모와 함께 하는 도서관-리딩맨(ReadingMan)' 행사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내 복도에서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서울 혜화초등학교 도서관 제공


행사는 책과 관련된 6가지의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8인 1조로 묶인 참가자들은 도서관뿐 아니라 과학실, 복도 등 학교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게임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책을 낭독하는 '스피드 책읽기', 동화책 속에 있는 그림을 토대로 잘못된 부분을 찾는 '틀린 그림 찾기', 주제가 되는 단어를 주고 해당 단어가 들어간 책을 찾는 '이상한 나라의 도서실' 등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내내 신이 나서 날아다녔다. 스피드 책읽기는 발음이 틀리거나 속도가 늦어지면 다음 사람에게 차례가 넘어가는 식으로 구성됐는데 틀렸다고 혼이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마다 큰소리로 책을 읽으며 즐거워했다. 평소 근엄하기만 했던 선생님들이 책 속 주인공들처럼 의상을 갖춰 입고 등장한 데에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나의 게임을 완료해야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개구쟁이들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평소 구두를 신던 엄마들도 이 시간만큼은 운동화를 신고 아이들과 함께 뛰었다. 저녁 시간, 조용하던 학교는 순식간에 떠들썩하게 변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지숙(35)씨는 "책과 관련된 체험을 하면서 아이가 몸으로 책읽기의 중요성을 느끼는 듯 했다"면서 "게임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자녀 유경원(7)군은 "엄마랑 같이 학교에서 늦게까지 책 보면서 노니까 좋았다"면서 "행사에 참여한 후에는 일주일에 2번씩 도서관에 간다"고 자랑했다.

◆부모들, 학교도서관 중요성 깨달아 = 혜화초등학교 도서관은 학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독서 지도는 학교도서관과 학부모가 함께 해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가장 큰 행사는 해마다 진행하는 '학부모와 함께 하는 도서관'.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선착순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하는데 학생들이 신청서를 들고 길게 줄을 서 5분 안에 마감될 정도다.

해마다 도서관이 선정한 100권의 추천도서 중 20권이 행사 때 활용된다. 덕분에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최소한 20권의 책과 친해진다. 아이들이 책에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이다.

행사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도서관 이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도 된다.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책 청구기호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다.

부모들에게도 의미 있는 행사인 것은 물론이다.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고민하던 부모들이 각종 게임을 통해 책을 접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독서 지도의 감을 잡을 수 있다. 또 자녀들에게 도서관 이용을 권할 생각을 못 했던 부모들에게는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계기가 된다. 자녀와 부모, 교사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 것은 덤이다.

박세천 교장은 "인사말을 하고 행사를 지켜봤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즐거워하고 내내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면서 "부모들이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수아 사서는 "요즘 학원에 밀려 학생들이 학교도서관 이용을 활발하게 하지 못하고 엄마들도 학교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행사를 기획했다"면서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도서관은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부모들이 원하는 정보 제공 = 이 외에도 혜화초등학교 도서관은 2달에 1번씩 도서관 소식지 '책터꿈터'를 발행, 학생·부모와 소통하고 있다. 소식지에는 해당 월에 진행한 전시, 각종 프로그램과 함께 올바른 독서 지도 방법, 문화 행사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사서는 "그림책은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학교 밖 행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부모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소식지에 퀴즈 문제를 내고 문제를 푼 학생들에게 교장 선생님의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나눠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응모하는 아이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고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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