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 산을 찾는 안산 진짜 산악회

2014-07-25 10:12:14 게재

“건강한 등산문화 우리가 만든다”

주5일제 정착으로 주말이면 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류매장에서도 멋진 정상이 등산복에 밀려난 지 오래됐고 전국 명산에는 휴일이면 마치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할 듯이 등산복을 차려입은 산악인들이 산으로 산으로 모여든다. 등산 좀 더 쉽게 간편하게 이용하려면 산악회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계절마다 좋은 산을 선정해 등산 코스를 정하고 음식점 예약부터 차량까지 마련해 준다. 회원들은 준비된 상태에서 실비 비용만 부담하면 언제 어디든지 따라 나설 수 있다.



안산 산악회 200개 넘어 매월 1~2회 등산
안산에서 활동 중인 산악회는 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만든 지역산악회부터 매월 일정한 요일별로 출발하는 산악회까지 규모와 성격이 다양하다. 일요일에 아침에 출발하는 산악회가 100여개나 되며 화요일 산악회와 목요일 산악회, 토요일 산악회가 20여개씩이다. 그러나 산이 좋아 마냥 산악회를 따라 나섰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신길동 한미영(가명)씨에게 산악회에 얽힌 추억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등산을 하고 싶어 따라 나섰는데 낯선 사람들이 자꾸 술을 권해서 거절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또 오가는 차에서 어찌나 노래를 부르는지 도저히 쉴 수가 없어 다시는 안 따라가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등산보다는 친목회 형태로 운영하는 산악회가 많다보니 과도한 친밀감 표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일송’ ‘백두’ ‘평화’ ‘우리금강’ 산악회
하지만 잘 찾아보면 건전한 등산문화를 이끌고 있는 산악회도 적지 않다. 안산지역 산악회 중에서 흡연과 음주를 절제하고 좋은 산을 찾아다니며 오로지 등산에만 집중하는 산악회로 알려진 곳은 일요일 ‘일송’ 목요일 ‘백두’ 화요일 평화, 우리금강 산악회 등이다.
이 산악회의 특징은 바로 산행 중 음주가 금지되고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는 행위를 회칙으로 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두산악회 이대수 산악대장은 “70-80년대 정치인들이 개인 사조직 형태로 산악회를 운영하다 보니 등산보다는 놀이문화로 산악회가 생겨났었다. 그 때는 정치인이 음식이며 술을 버스에 채워주고 산에 가는 사람들도 등산이 목적보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그러다 10여년 전부터 정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등산 중심의 산악회를 꾸리기 시작해 지금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건전한 등산문화 ‘음주가무는 안돼’
백두산악회는 10여년 전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모인 산악인들이 만든 단체다. 지금은 온라인 카페 회원으로 등록하면 누구나 산행에 참가할 수 있다. 산행 날짜는 매달 두 번째 목요일이다. 지난 목요일에는 가평으로 노적봉과 옥녀봉으로 계곡산행을 다녀왔다.
백두 산악회가 평일 산행을 추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주말이면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아 산을 즐기기도 힘들고 오가는 도로정체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대수 산악대장은 “회원 중에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직장인 비율도 높다. 이들은 월차를 내고서라도 산악회 일정을 맞춰 등산을 한다. 평일에 산에 오르면 한적한 산을 만끽할 수 있어서 기쁨은 배가 된다”고 말한다.
회원들은 아침 일찍 지정된 장소에서 버스에 오른 후 목적지에 도착하면 산행 코스에 대한 안내를 듣는다. 코스는 고급자 코스와 초급자 코스로 나뉜다. 고급자를 위한 산행 코스는 주로 7~8시간, 초급자는 그 절반으로 정해진다.
산에서 취사를 할 수 없어 점심은 각자 준비해야 한다. 산행 후 저녁식사와 간단한 뒤풀이가 이어진다. 저녁자리는 1시간을 넘지 않는다. 버스 안에서도 소란스러운 노래나 음주는 금지된다. 산행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3만원을 넘지 않는다.
한 회원은 “혼자 산에 다니기는 위험한데 산악회와 함께 가면 더 안전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며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산악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등산하기 좋은 나라가 또 있을까? 네팔에서 온 한 친구는 우리나라 산을 보고 ‘그냥 언덕’이라고 놀렸지만 높지도 낮지도 않아 딱 하루걸음으로 정상까지 오르내릴 수 있는 높이. 새순이 돋는 봄, 야생초 가득한 여름,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흰 눈 아래 고요히 맨몸을 드러낸 겨울 등 사계절마다 모습이 변하는 산은 찾아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산악인을 맞는다. 올 가을 단풍이 오기 전 산악회에 가입해 아름다운 만끽하는 건강한 여가생활을 누려보자.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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