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서 최대 수중동굴 발견 지하동굴에 수만년 전 생성된 대규모 수중세계

"정밀조사 후 천연기념물 지정과 유네스코 등재 검토해야"

2014-08-19 12:57:24 게재

석회암지대 동굴, 수많은 지굴 통해 인근 강과 연결

수중동굴 오염되면 서울 등 수도권식수 공급에 재앙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은 좁고 험난했다. 굴 입구는 '갑천암' 좌측 급경사 위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굴 입구 천정에는 백여마리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수중동굴 중간중간에 형성된 종유석. 지굴에는 더 큰 규모의 종유석과 석순이 발달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전호성 기자


굴은 입구부터 진흙투성이었다. 최근 내린 비로 인해 진흙이 발목까지 쌓였다. 주민들은 "인근 산과 밭에 형성된 포트홀(땅꺼짐)에서 유입된 토사가 굴 바닥에 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굴 탐사 안내는 영천동굴 지킴이 고운맘 스님(갑천암)이 맡았다. 고운맘 스님은 영천수중동굴 보호를 위해 나선 환경운동가다. 그동안 수십 차례 동굴을 드나들며 탐사팀을 안내해 왔다.

수중동굴 탐사 길잡이와 총지휘는 동굴탐사대장인 오승철(46) 동굴학회 이사가, 수중촬영은 장동립(42·경민대 교수) 트레이너와 안경훈 시마스코리아 스쿠버 강사가 맡았다.

영천동굴 입구는 단양군 영천리 해발 220m에 위치하고 있다. 동굴안으로 10여m를 들어가자 겨우 사람 한 명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아졌다. 다시 북서쪽으로 18m를 더 전진했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5m 높이 절벽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험난했다. 동굴 바닥뿐 아니라 벽까지 개흙이 쌓여 푹푹 빠지고 미끄러웠다.

동굴호수로 들어가는 입구. 몸이 끼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좁다. 사진 전호성 기자


다시 한참을 더 들어가자 굴 방향은 북동쪽으로 꺾이면서 두 갈래로 나뉘었다. 좁은 공간에서 총 200㎏이 넘는 스쿠버장비, 공기통 6개, 촬영장비 등을 굴 안쪽으로 옮기는 작업은 고통스러웠다. 깊이 들어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졌고, 숨이 턱턱 막혔다. 미개척 수중동굴 탐사가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중동굴로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두 명씩 조를 나눠 동굴 호수 입구까지 전진했다. 수중동굴에 도착하기도 전에 탐사장비와 한 시간이 넘게 씨름해야 했다.

오승철 수중동굴탐사대장은 "수중동굴은 바다나 육상과 달리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목숨을 담보하고 탐사해야 한다"며 "열정과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수중동굴 인근 폐기물매립장 예정지 … 주민들 우려와 반발

65m 지점에 이르자 작은 터널 사이로 물웅덩이가 보였다. 수중동굴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호수로 가는 길은 동굴천정을 타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 험난한 길이었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몸이 굴에 끼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뒤에 대기중이던 대원이 밀고, 앞선 대원이 당기면서 겨우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로 이어지는 웅덩이 수심은 대략 5m. 사방이 막힌 웅덩이를 물 밑으로 빠져나가자 넓은 지하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탐사팀은 수중동굴 탐사과정에서 수생곤충과 도룡뇽 자취를 카메라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수중동굴 중간 중간에서 잘 발달된 석순과 종유석 등 동굴 2차 생성물도 다량 발견됐다.

수중호수는 30여m 지점에서 두 갈래로 갈라졌다. 북동쪽 방향으로 트럭 서너대가 주차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이 나왔고, 길이는 80여m에 달했다. 남쪽방향으로 50여m 지점에는 둥그런 분수대 모양의 육상공간이 나왔다. 이어 남쪽으로 깊고 긴 터널형태의 수중호수가 펼쳐졌다. 하지만 탐사는 여기까지만 진행됐다. 3시간이 넘는 수중탐사로 대원들이 지쳐갔다.

최근 내린 비로 수중시야가 흐려진 탓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영천동굴 안에 대규모 수중호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주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양 영천리 일대에는 미개척 동굴 서너개가 더 있다. 이곳은 석회암 지대로 수중동굴이 수많은 지굴을 통해 인근 강과 연결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게 동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천금록 영천리 노인회장은 "영천수중동굴이 오염될 경우 단양 주민들뿐만 아니라, 남한강과 북한강을 따라 수도권 식수까지도 오염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단양 영천동굴과 동강은 지척간이고 바로 아래에는 남한강이 흐른다. 영천수중동굴 입구는 해발 220m 산 중턱에 있다. 최근 동굴 입구와 직선거리로 277m 지점이 폐기물 매립장 예정지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폐기물 매립장 예정지 위치는 해발 280m. 대규모 산업폐기물을 이곳 지하 50여m에 매립한다면 수중동굴 깊이와 거의 일치한다.

고운맘 스님은 "우기에는 동굴 주변 야산과 밭에 씽크홀(땅꺼짐)이 군데군데 나타나 엄청난 토사와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이는 인근 동강과 남한강 물줄기와 연결됐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으로, 영천수중동굴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폐기물매립장 건설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종우 한국동굴학회 회장은 "단양과 영천 일대를 '청정 동굴지역'으로 개발하고 천연기념물이나 유네스크 문화유산 등재를 검토해야 한다"며 "세계 어디에도 석회암 지대에 폐기물 매립장을 건설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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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종우 한국동굴학회 회장] "한국 수중동굴 세계적 문화가치 충분"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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