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의료 강화? 동네의원 갈수록 줄어

2014-08-26 11:23:23 게재

정부정책과 거꾸로 가는 현실 … 집행수단 없어 복지부 정책 '유명무실'

의료현실이 갈수록 정부의 정책방향과 어긋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십수년간 1차의료 강화방침을 밝히며 각종 대책을 추진해왔지만, 현실은 1차 의료를 담당하는 동네의원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의료 비중이 10% 미만으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을 민간이 차지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력이 제한적인데다가 정부 간 엇박자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확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인 대학병원을 관장하는 교육부는 이에 대한 관심이 적고,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대형병원을 키우는 의료산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10년 새 동네의원 진료비 비중만 줄어 = 보건복지부에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말까지 수도권 쏠림현상을 방지하고 전국 의료기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수렴해 '의료전달체계확립'정책방향을 세웠다.

동네의원인 1차의료기관은 노인, 소아 등 경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외래위주의 진료, 전문병원인 2차의료기관은 입원환자 위주로 진료, 상급종합병원 등 3차의료기관은 중증환자 진료와 임상연구 위주로 의료기관별 역할체계를 확립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동네의원은 꾸준히 축소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의원이 차지한 진료비 비중은 2004년 35.6%, 2006년 33.5%, 2008년 30.3%에서 2012년 28.6%, 2013년 28.3%로 나타났다. 특히 의원의 외래환자 진료비 점유율이 20004년 71.0%, 2005년 70.3%에서 2012년 62.6%, 2013년 6.9%로 감소했다.

이와 달리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점유율은 2004년 14.%에서 2013년 15.7%로 증가했다. 종합병원도 2004년 13.8%에서 2013년 14.6%로 증가했다. 병원급의 진료비 점유율은 2004년 7.7%에서 16.8%로 크게 증가했다. 동네의원의 진료비 비중만 감소된 것이다.
7월 21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로비에 모인 서울대병원노조 조합원들이 의료민영화 저지 및 병원 공공성 회복 등을 주장하며 2차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병원 이용 지방환자 270만명 넘어 = 또한 최근에도 수도권 환자 쏠림현상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지방 환자가 수도권병원에서 진료받은 경우가 2004년 약 180만명에서 2013년 약 270만명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진료비는 2004년 약 9500억원에서 2013년 약 2조4800억원으로 약 2.6배 가량 늘어났다.

생활하는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에서 진료받은 비중도 늘어났다. 2004년 지방환자 약 2200만명 중 8.2%인 180만명이 수도권 병원을 이용했다. 하지만 2013년 지방환자 2300만명 중 11.4%인 270만명이 수도권 의료기관을 이용했다.

이런 현상들은 전국적으로 의료전달체계에 따른 의료기관별 기능 수행이 잘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의료전달체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중증환자진료와 임상연구에 힘을 쏟기보다는 외래환자 진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이1000억대 규모의 외래센터를 추진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대부분 상급병원인 대학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영향력이 약한 탓이다. 대학병원의 주무부처는 교육부이고, 교육부는 의료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둔감하다. 이런 까닭에 서울대병원이 1000억대 외래센터를 만들겠다는데도 교육부가 쉽게 허가를 내 준 것이다.

또 기획재정부의 의료정책기조가 의료 '산업화'로 치우친 것도 복지부의 의료전달체계 강화정책을 약화시키고 있다.

의료기관이 국내 환자에 대한 적정한 의료서비스 제공이나 임상연구·특허기술 개발을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외국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을 통해 돈벌이를 할 것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전문성이 있는 병원들이나 충분한 의료인력을 갖춘 대형병원들이 의료전달체계 안에서의 의료서비스 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활동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복지부가 추진해온 의료전달체계 계획은 대학병원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돼 온 결과 추진력이 약했고, 그 동안 의료예산권을 지닌 기재부가 지속적으로 산업화 차원에서 의료예산정책을 추진해 온 탓에 제 힘을 갖고 추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지방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이용 증가는 수도권 대형의료기관 환자 쏠림에 따른 의료비 상승,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활용, 지역경제와 국가균형발전 저해 등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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