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바로잡기 위해 강남 고교생들이 뭉쳤다

2014-09-02 09:15:28 게재

강남고교 연합동아리 ‘더 하트’

지난 8월 16일(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강남의 고등학생 40여명이 인사동에 모였다. 강남고교 연합동아리 ‘더 하트(The Heart)'가 주최한 ‘우리역사 바로잡기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시원한 하늘색 단체 티셔츠를 입고 인사동 거리를 누비며 왜곡된 역사 혹은 무관심으로 몰랐던 우리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분주했던 청소년들의 열기는 한낮 더위도 잊게 했다. 행사 기획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교생들 스스로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캠페인 현장, 내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여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마음을 모아 ‘우리역사 바로잡기 캠페인’ 실시
‘더 하트’는 강남학교군의 서문여고, 중동고, 휘문고(가나다 순) 등 3개 학교 학생들이 모인 강남고교 연합동아리로 현재 60여명의 학생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 이름 ‘더 하트’에는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 속 깊이 새겨 역사를 바르게 지키려는 활동을 회원들이 마음을 담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하트’는 청소년으로서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중국·일본 등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나라들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사회에 바르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8월 16일 인사동에서 있었던 ‘우리역사 바로잡기 캠페인’에는 3개 학교 총 42명(서문여고 20명, 중동고 10명, 휘문고 12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한 달 남짓 준비해온 캠페인을 내·외국인의 발걸음이 잦은 전통과 문화의 인사동 거리에서 펼치며 동아리 이름에 걸맞게 우리 역사를 바르게 지키려는 마음을 전달했다.

위안부 문제와 동북공정 실태 중심으로 홍보 및 관심 유도
이번 캠페인의 주제는 역사왜곡이 심한 위안부 문제와 동북공정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회에 알리는 것이었다. 두 주제와 관련해 사전에 다양한 자료조사를 실시했으며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알기 쉽게 보드 형식의 포스터를 제작하고, 행인들의 관심과 흥미 유발을 위해서는 투표 형식의 퀴즈 보드도 제작해 활용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 위안부의 날’이 언제인지 맞추는 퀴즈를 진행했다. 8월 14일을 제대로 맞춘 응답자는 20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74%에 달했다. 이에 대해 행사 지원을 담당한 중동고 문경덕 학생은 “최근 뉴스에 보도가 많이 돼 정답자가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퀴즈 맞추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위안부의 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그날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지도 소개함으로써 그 역사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동북공정과 관련해서는 그 실태를 제대로 홍보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과거 중국과 한국 사이에 있었던 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독립된 국가끼리의 전쟁이었다는 응답이 84명으로 많았지만, 중국 내 소수민족간의 전쟁이었다는 응답도 13명이나 되었다. 또, ‘중국과 주변국가들 사이에 있었던 조공’에 대해서는 조공이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흔히 있었던 외교적 관례였다는 응답이 63명으로 많았지만, 중국의 속국으로서 조공을 바쳤다는 응답도 17명이나 되었다.
‘중국 내 소수민족간의 전쟁’이나 ‘속국으로서 조공을 바쳤다’ 등 잘못된 역사적 인식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보드로 중국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근거들을 나란히 비교, 제시해 동북공정에 대해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한여름에 진행되는 행사라서 행인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기념품으로 부채 1,000개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는데, “위안부,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해결해야하는 큰 숙제입니다.”라는 문구와 “동북공정, 우리의 작은 관심이 우리 역사를 살립니다.”라는 문구를 부채 앞뒷면에 새겨 역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유도했다.

지속적으로 역사바로잡기 활동 전개할 계획
이번 캠페인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캠페인 계획과 실무를 총괄했던 서문여고 이정원 학생은 “위안부 및 동북공정과 관련해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들에게 설문조사나 투표결과를 제시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참여 학생들은 이번 조사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다시 한 번 올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캠페인 실무지원을 담당한 중동고 문경덕 학생은 “참여한 세 학교가 각각 캠페인 규모를 축소해 아침 등교시간에 교문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시 실무지원을 담당한 휘문고 남경현 학생은 “위안부나 동북공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역사왜곡을 인식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경우 설명했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역사바로잡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캠페인 진행 대표학생 소감 인터뷰

* 서문여고 2학년 이정원
캠페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제일 대중적이고 우리도 많이 접해본 주제들을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포스터 제작이나 자료조사를 해보니 새로운 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역사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이번 활동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 역사와 관련해서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려드린 것 같아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 중동고 2학년 문경덕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고 참여하면서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나 나이제한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다소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활동을 통해 우리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내용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세계 위안부의 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세히 알게 돼 의미가 컸고, 많은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캠페인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릴 수 있어서 보람찼습니다.

* 휘문고 2학년 남경현
3개 학교가 연합해서 처음으로 계획한 거리캠페인 활동이어서 준비하면서 상당히 막막할 줄 알았는데 주위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또, 행사당일 외국인들이 우리의 말을 안 들어줄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잘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어서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도움과 관심으로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보람찬 캠페인이었습니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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