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실장

일본의 6차 산업 사례가 준 교훈

2014-09-03 00:00:01 게재

6차산업은 현존하는 산업이 아니다. 1차, 2차, 3차 산업의 조합을 통해서만 가능한 이론적 산업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농업정책에서 6차산업은 핵심 과제이다.
 

6차산업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6차산업의 법적 용어는 '농촌 융·복합 산업'이다. 농촌 융·복합 산업이란 용어에는 6차산업에는 없었던 구체적인 공간인 농촌과 융·복합이란 용어가 있다. 이로 볼 때 6차산업은 농촌을 매개로 하는 산업이자, 1·2·3차 산업이 섞인 융·복합 산업이다.

둘째 6차산업화란 용어이다. 6차산업을 이야기할 때 흔히 '6차산업화'라고 표현한다. '화'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는 화학적으로 변한다고 할 때의 화(化)를 말한다. 따라서 6차산업화는 농촌지역에 있는 각종 자원의 융·복합 정도, 방식, 추진 주체에 따라 매우 다양한 유형이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농촌을 대상으로 6차산업을 지원하고, 활성화기 위해 지난 6월 3일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15년 6월 이 법이 발효되면 본격적인 지원정책이 실시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농업의 6차산업화 선진 추진사례 실태조사는 의미가 매우 컸다.

나라현의 소니무라 전통마을 재생사업 시범지역, 미에현의 모쿠모쿠 수제농장 등 2개 부(교토부, 오사카부), 4개 현(나라현, 미에현, 시가현, 효고현)에서 9곳의 6차산업 사례들이 연수단에 준 시사점은 적지 않았다.

우선 6차산업 추진 동기가 매우 차별적이었다. 지역자원 활용(겨울 억새풀, 쌀, 전통가옥, 전통주), 시장개방 대응(유기농업, 쌀 생산조정), 도농교류 강화(생산자 주도, 도시 근교지역, 직매장) 등 6차산업을 추진한 동기는 매우 다양했다.

6차산업의 유형도 다양했다. 1·2·3차 산업이 전형적으로 융·복합된 사례(모쿠모쿠 수제농장, 하치만 영농조합)도 있지만, 1·3차 연계에서 3차 중심형(소니무라), 1·3차+인재양성형(야마구치 유기농장), 1·2차 연계에서 2차 중심형(코가 떡공방) 등으로 차별적이다. 주민의 재능과 마을 자원, 주변지역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의 6차산업 유형이 탄생될 수 있다.

6차산업은 또한 창의적 산업이다. 일본 6차산업 사례들의 성공 포인트도 창의성이었다. 마을을 상품화하거나, 마을에 없거나 부족한 자원은 과감하게 유치(프랑스 요리전문가 초빙)하거나, 학생의 재능과 연대해 브랜드 디자인을 설계하거나, 도시의 분업시스템을 농업에 적용하거나, 물건 판매에서 농업가치(철학)의 전달로 콘셉트를 전환하는 등으로 6차산업 성공을 이끌었다.

일본의 6차산업은 새로운 정책·제도의 방향을 보여주었다. 남아도는 비닐하우스를 해체, 복원하는 과정을 신규 취농 과정과 연결하였고, 유휴 시설물을 리모델링하여 비용절감형 시설을 설치하였다. 주민들을 직원과 조합원으로 참여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기도 했다. 독자 가공시설 설치 대신 '원료 제공 → 위탁 가공 → 직판'을 통해 가공시설 설치 부담은 줄이면서 기존시설의 활용도를 높였다. 이들 모두가 지역정책으로 활용 가능한 내용들이다.

6차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여 농업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6차 산업화 유형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6차 산업을 창조산업이 되게 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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