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의 가을 산책

2014-10-23 09:26:39 게재

나들이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이다. 하늘은 높고 청명하다. 이렇게 좋은 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지만 이번 주말에는 단풍 구경나온 사람들 틈 속에서 제대로 가을단풍을 즐겨보자. 리포터가 다녀온 우리 지역 가을 산책길을 소개한다.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관악산 삼림욕장,
걷기부터 등산까지 쭉!

가을이면 꼭 가족동반으로 걷는 길이 있다. 다름 아닌 관악산 삼림욕장이다. 관양고 옆 관악산 산림욕장 표석부터 시작되는 이 길은 약 30분간 평탄한 숲길이 이어져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한 복장으로 산책하기 좋다. 발아래에는 보드라운 흙이 밝히고 나머지 삼면은 모두 초록빛 나무이다. 진한 나무 내음 속 바스락바스락 밝히는 나뭇잎까지 가을의 싱싱함이 가득하다. 10분 정도 걷다 보면 청심약수터가 나온다.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머금고 주위를 둘러보면 바로 옆이 만남의 광장이다. 널찍한 정자며 운동기구, 그리고 그네와 배드민턴장까지, 주말이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은 조심조심 그네를 밀어주고, 성인들은 배드민턴을 즐기기 좋다. 정자 안에는 등산복을 갖춘 3040 주부들의 과일을 곁들인 담소가 한창이다. 널찍한 쉼터에는 소풍 나온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오물오물 엄마가 싸준 미니 주먹밥을 알차게 먹는 고사리 손이 귀엽다. 쉼터에서 요기한 아이들이 뛰어가는 곳은 바로 옆의 자연학습장. 자연학습장은 아름다운 꽃과 푸른 숲에서 시골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허브 정원, 야생화 정원 등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곳이라 소풍이며 나들이 장소, 데이트 장소로도 추천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만남의 광장에서 약 사오백 미터를 더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사색의 숲이다. 연두빛 햇살 속 사방이 고요한 게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찬란한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속, 잠시 세상사 어지러운 마음도 정화해 본다. 이곳에서는 부지런한 개미마저 조용하다. 사색의 숲에서 약 350m 올라가면 관악산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앞쪽에서부터는 경사가 진 등산길이다. 준비 없이 왔다면 이곳까지만 걸어도 가을 산책길로 충분하다. 하지만 산책 나온 김에 등산 기분도 살짝 느끼고 싶다면 전망대까지 올라보자. 삼림욕장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성인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낭만의 캠퍼스,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
자연이 많고 아름다운 의왕시에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곳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내손동에 위치한 ‘계원예술대학’은 캠퍼스의 젊음과 낭만까지 더해져 더욱 열정적인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계원예술대학은 모락산 바로 아래에 자리한 학교로 자연과 예술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학교 곳곳에는 여느 캠퍼스보다 많은 나무들이 가득 심겨져 가을을 맞은 요즘 학교 안은 온통 물든 단풍 천지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서 가운데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우경예술관 옆으로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술관을 지나면 본관까지 이어진 운동장 옆길로 가을빛에 물든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데, 보자마자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또 운동장 건너편으로는 노란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고, 아래에 놓인 벤치에는 학생들이 그림을 스케치하거나 책을 읽으며 가을 풍경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되고 있다. 나무 근처 곳곳에는 학생들의 조형 작품들도 전시돼 가을 자연 안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호사도 누려볼 수 있다.
모락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의 한 시민은 “이 근처에서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모락산과 계원예대 정도”라며 “특히 계원예대는 예술적인 학교 분위기와 가을 자연이 묘하게 어울려 주말에는 주변 동네 사람들도 찾아와 즐길 정도로 운치 있는 가을 분위기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학교 본관 건물 앞도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이 즐비하다. 나무 사이로는 작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요즘은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들까지 수북이 쌓여 일부러 이곳을 찾아와 걸을 정도로 산책이 즐겁다.
거기다 눈만 조금 들면 보이는 모락산의 절경과 가을의 맑고 푸른 하늘은 가을 단풍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이·어른 모두 동심으로, 서울대공원 동물원 산책길
다른 지역 사람들은 큰 맘 먹어야 올 수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원길.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 가까운 앞 동네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딱히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동물원 가는 길은 가을에 한 번쯤 걸어볼 만하다.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들이 울긋불긋 물든 모습은 그 어느 유명 단풍길 못지않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지난 주말 방문한 그곳은 단풍이 절정이다. 동물원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도 좋지만 동물원내 단풍길을 좀 더 오래 걸어다니며 보기 위해 동물원과 코끼리열차, 리프트 패키지 할인권을 구매했다. 올라갈 때는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 왔다는 기분을 만끽하고 내려올 때는 지친 다리도 쉬어 줄 겸 리프트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동물원 정상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면 하루 동안 구경한 동물들의 모습과 단풍든 나무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동물원 초입에 만나게 되는 유럽홍학과 기린, 중턱에서 만난 코뿔소와 하마, 그리고 친근한 원숭이, 가장 나중에 만나게 되는 호랑이 사자 표범 재규어 등 동물들이 텔레비전에서 볼 때와는 다른 신선함을 준다.
동물원이니 당연히 아이들이 많겠지 싶지만 의외로 가족나들이를 나온 어르신들, 중고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요즘 유행하는 셀카봉을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중고생들, 동물원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놓은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이 더없이 평온해 보인다. 나무와 동물과 사람이 모두 어우러진 가을 나들이, 아이 손을 잡고 걷던 젊은 아빠가 아이 엄마에게 “여긴 올 때마다 좋더라” 한다.
주차비는 4000원, 경차는 2000원,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도편리하다. 편의점이 있기는 하나 자주 만날 수 없으니 물과 돗자리, 과일 등 간단한 먹을거리는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수리산과 병목안시민공원, 가을 나들이
안양시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가을을 오롯이 즐기기에 병목안시민공원 만한 곳도 드물다. 산과 계곡 거기다 공원, 캠핑장까지 더해져 신선한 공기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곳. 우선 수리산으로 가기 위해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안양1번가를 지나 안양9동 방향으로 가면 된다. 삼거리마트가 보이면 그곳에서 병목안시민공원 공영주차장 쪽에 차를 세우거나 대중교통 정류장에 내려 시민공원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보자.
주말이라 그런지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한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쪼이고 노란, 빨간 옷으로 갈아입은 나뭇잎이 바람결에 나부낀다. 원래 병목안이라는 지명은 마을초입이 좁으나 마을에 들어서면 골이 깊고 넓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병목안시민공원은 철도청에서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경부선 및 수인선 철도에 부설할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으로 오랜 세월동안 절개지가 흉물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자연친화적인 시설로 복원해 지난 2006년 시민공원으로 개장했다. 이곳에는 다른 공원과 달리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한데 특히 인공폭포는 보는 것뿐만 아니라 동굴, 징검다리 등이 설치되어 있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날은 넓은 잔디광장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한가하게 가을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웰빙체력단련장에서 하늘걷기, 마라톤운동, 온몸역기올리기, 옆파도타기 등의 운동시설을 이용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고, 사계절 정원 주변에 핀 야생화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도 보였다. 기찻길 및 자갈 화물차량 전시장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수리산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 캠핑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알록달록 단풍이 우거진 계곡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수리산 병목안석탑 주변이나 최경환성지 인근의 단풍도 아름답고, 전망 또한 멋진 곳이 많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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