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남북대화 장애물로 등장한 대북 전단

"북한, 대북전단 살포를 '최고지도자 부정'으로 인식"

2014-10-29 11:09:26 게재

북의 기싸움, 남측 대화 의지·진정성 판단 목적도 … 30일 2차 고위급접촉 개최 여부 불투명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둘러싼 남북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전단 살포 문제로 10월말~11월초 열기로 한 2차 고위급접촉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통일부는 28일 오후 북한에 30일로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입장을 29일까지 밝혀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정부가 30일 판문점에서 2차 고위급접촉을 갖자고 지난 13일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정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남북대화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22일 북은 고위급접촉 북측대표단 성명을 내고 "남조선 당국이 … 도발행위를 막기 위한 책임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일정에 올라있는 2차 북남고위급접촉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대화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열어놓았던 북한은 25일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시도 이후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냔 전통문에서 "고위급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혀 고위급접촉 개최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다.

◆'북한 리더십 부정'으로 인식 =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강하게 반발하며 고위급접촉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 내용이 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비난이기 때문에 정부가 살포를 용인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전단으로 인한 북한 주민 동요 가능성은 부차적인 문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북전단은 북한 최고지도자와 그 가계를 인정하지 않고 비판하고 공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라는 명분으로 이를 허용한다면 우리 정부가 북한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북측은 받아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대화와 진정성을 얘기하는데 북이 볼 때는 그에 맞지 않는 행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계속 이를 방치하면 북은 우리가 대화할 의도가 없고 이것을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0일 남북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은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는 험담으로 일관된 삐라를 살포하는 것은 북남관계 개선과 민족의 화해·단합을 가로막는 가장 엄중한 적대행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통해 북한이 남측의 대화 의지나 진정성을 파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향후 접촉에서 우리가 어떤 입장으로 나올지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대북전단 문제를 통해 남측 당국의 기본 태도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전단 살포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를 보고 앞으로 회담에서 어떤 태도일지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급 접촉에 부정적 영향 = 전문가들은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2차 고위급접촉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5일 북한이 청와대 안보실로 보내온 전통문을 보면 고위급접촉에 대한 우회적 거부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정부의 태도를 관망하면서 개최 일시를 수정제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정제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2차 접촉이 무산됐다고 보기는 조금 이른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남북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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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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