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진로찾기

무원중학교 윤정순 진로진학부장교사

2014-11-07 10:23:31 게재

“좋은 것 있으면 아이들에게 다해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오늘도 달려요”

오래된 영화 ‘씨네마천국’을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토토에게 마을의 영사기사로 일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게는 따라야 할 별이 있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흔한 말처럼 들리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토토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진심입니다.
우리에게도 알프레도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존재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의 말씀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된 것도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지요. 친한 선생님의 권유로 진로진학상담교사에 지원했는데, 처음엔 선발에서 탈락했답니다. 대신 함께 지원했던 동료교사가 상담공부를 해보자고 해 시작했지요. 상담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적용해보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변화해 가는 것을 보며 기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상담이 내게 잘 맞는 일이구나 알게 됐고, 결국 진로진학상담교사의 길을 선택하게 됐죠.
제가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 모두가 놀랬지요. 전공과목이었던 역사 수업을 위해 워낙 많은 자료를 준비해 놓았었는데, 그 과목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죠. 물론 아쉬움도 있었지만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일하며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있답니다. 특히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죠. 교실에서 말썽장이인 아이들도 개별 상담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다보면 모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상담이 끝난 후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나면 훨씬 더 애착이 가고 예전에 보던 학생이 아니라 다른 학생으로 보이더라구요.

자신감 키워주고 스스로 찾아하는 즐거움 경험하게 해주세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중하위권 학생들의 진로지도가 중요합니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는 소중하고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자존감 검사를 해본 후,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에게는 ‘네가 이렇게 자존감이 높은 걸 보니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공부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학생이라면 그 이유를 먼저 짚어 봅니다. 가정환경과 친구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을 탐색해 본 후, 작은 일이라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조언하지요. 평소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은 학생들을 눈여겨 두었다가 진로캠프나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하고 있어요. 또한 학생들을 행사에 참여시킬 때에는 손님이 아닌,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진행을 맡기거나 봉사 활동을 하도록 권합니다. 행사 진행을 돕거나 학생들이 주최가 돼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활동합니다. 올해 진로캠프를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즐겁게 일을 찾아하고, 자신감을 키워가는 모습을 발견했지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주려고만 했었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진로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행사가 끝난 후에도 누구보다 재미와 보람을 크게 느끼지요. 그저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아이들은 훌쩍 자란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아이들의 삶에 자산으로 남을 거예요.

학생들의 꿈을 빛나게 만드는 교사들의 열정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납니다. 지난해 자율연수에 참가해 ‘오이씨 장영화 대표’님을 알게 됐는데, 운영하시는 프로그램(창의적 문제해결 워크샵과 창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등)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해 무조건 달려가 사정을 이야기했지요. 무료 프로그램이 아닌 탓에 후원받을 곳을 찾아야 했고, 시간적 조율도 필요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죠.
고양시 진로진학상담교사 연구회의 모든 교사들은 똘똘 뭉쳐 열심히 공부하고, 서로 협력해 진로캠프 등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있는 사업들도 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교사들이 협심해 운영합니다. 직접 뛰어다니며 역량을 키우자는 의지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섭외와 진행까지 몸소 하고 있어요. 서울대나 카이스트 탐방 캠프, 2014년 동안 꾸준히 해 온 진로캠프 등은 교사들의 열정이 담겨있는 만큼 반응도 좋았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보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고, 학생들의 진로진학에 도움이 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진로진학상담교사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들어설 ‘꿈의 학교(구 고양중학교)’ 또한 진로진학상담교사가 협력해 알차고 유익한 진로진학 프로그램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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