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협동조합을 찾아서- 만듦협동조합

2014-11-28 09:00:03 게재

주부 혼자서는 엄두 못 내는 공방 오픈, 협동조합으로 가능했죠!

손재주 있는 7명의 여성들이 모여 결성한 ‘만듦협동조합’. 만듦협동조합은 이름 그대로 우리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이들의 협동조합이다. 그런데 이들이 물건을 만드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듦협동조합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문화센터 등의 텃밭수업과 원예, 양초 비누 화장품 압화 한지 등의 공예, 손바느질, 목공, 베이킹 등의 강좌 진행과 수공예품의 전시 및 판매 등을 하고 있는 생산자협동조합이다.

십시일반으로 꿈에 그리던 공방 차려
 만듦협동조합의 구성원은 이사장 박연희 씨를 포함해 7명 모두 이사의 지위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텃밭 가꾸기 수업 등 도시농업 관련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원예 및 꽃꽂이, 압화, 각종 공예 등의 분야에 각자 서너 가지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최소 5년 이상의 강사 경력을 갖춘 이들. 손으로 만드는 것은 뭐든지 된다고 말할 정도의 손재주꾼들이다.
 만듦협동조합 결성의 아이디어는 박 이사장에게서 나왔다. 천연비누와 양초, 화장품 만들기 등의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그는 도시농업에도 관심이 있어 고양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도시농업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 2012년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에서 텃밭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아이들을 이끌고 수업을 해야 하는 텃밭수업은 혼자 진행하기 어려운 작업. 함께 수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인력 확보가 필요했고 거기에 공방을 차리고픈 소망이 합쳐진 것이다.
 “목 좋은 자리에 공방 하나 차리려면 1억이 넘어가는 비용이 드는 데다, 주부가 하루 종일 공방에 매여 있어야 하는 등 어려움에 가로막혀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협동조합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연구 끝에 파주시 압화연구회와 고양시 농촌체험지도자과정에 참여하며 알게 된 지인 20명에게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하자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보낸 메시지에 답신을 보내온 이들 중 선착순 6명과 함께 박 이사장은 2013년 9월, 드디어 주엽동 문촌마을 13단지 옆 상가에 만듦협동조합 사무실 겸 공방의 오픈식을 갖게 됐다. 7명이 십시일반으로 출자금을 조성해 꿈에 그리던 공방을 연 것이다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명씩 강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7명으로 출발했어요. 우리가 마련한 공간에서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며 프로그램을 짜고 강의를 진행하고 있죠.”
 7인의 재능 있는 여성들은 만듦협동조합의 강좌 프로그램의 강의를 돌아가며 진행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외부 강의의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결성하자마자 줄을 잇는 활동
 만듦협동조합에게는 결성하자마자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졌다. 2013년 남양주슬로푸드국제대회 주최측의 요청으로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처리 강좌 부스에 들어갔고, 이어 고양시에서 개최한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창출 페스티벌인 ‘호호마켓’에 올해까지 연속 2회 참가했다. 지난 8월에는 만듦의 강사와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들을 한데 모아 전시 및 판매를 하는 제1회 만듦협동조합전시회를 덕양구청에서 일주일 동안 개최했다. 얼마 전엔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주부 대상 생활용품 박람회인 ‘메가쇼’에도 초청을 받아 만듦협동조합에 대해 알리며 작품들을 전시·판매하는 기회도 가졌다.
 강의 활동으로는 지난해 말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개최하는 도시텃밭가드너과정 강좌 진행을 의뢰받아 도시농업 원예 식생활 공예 농촌체험 파트의 강좌를 2년 째 진행하고 있다. 또 탄현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생학습마을지원사업의 마을기업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역시 도시농업 원예 식생활 공예 농촌체험 등 분야의 강사를 양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경기지역 홈플러스 매장 4곳의 ‘도시농업 생활원예 수업’에 출강하는 등 출범 1년 동안 이곳저곳에서 행사초청과 출강이 이어져 조합원 모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재능기부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다솜초등학교 1학년 전체 125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텃밭 가꾸기 수업과 파주의료원의 환자들에게 실시한 원예요법 등이 그것이다. 재능기부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박 이사장은 “텃밭 가꾸기는 특히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인데,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 아이들이 텃밭 수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 재능 기부를 통해 텃밭 수업에 대해 알리면 이를 통해 지속적인 수업의 필요성을 느낀 학교들이 우리 조합에 수업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들에게 유익한 텃밭수업에 대해 홍보하고 다른 학교나 교육기관으로의 파급효과를 낳기 위한 수단으로 재능기부가 적격이라는 것.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더해 더 많은 이익 창출까지
 생산자 협동조합인 만듦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진행하는 강의에 도움을 주며 경제적인 이익도 안겨주고 있다. 김정희 씨는 “압화나 도시텃밭 수업은 강사마다 수업 스타일이 달라 이를 모아 하나의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수업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고 내가 기획해서 수업 오더를 따오더라도 분야에 따라 나누면 다른 분들도 나로 인해 수업 기회가 더 생길 수 있어 이익 창출도 더 된다. 혼자 할 때는 내 수업의 수업료만 받지만 협동조합에서는 n분의 1을 하기 때문에 내가 수업이 좀 적은 달이 있더라도 크게 타격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동 생산, 공동 분배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 개개인에게도 기쁨을 주고 있다. 홍순미 씨는 “일단 내 공방이 생긴 것,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 정말 좋다. 여럿이 모여서 일하니까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고…. 정신건강센터 등에 원예요법 강의를 나가면 개인적으로 일할 때보다 훨씬 전문성 있는 강사로 인정해 주는 경향이 있고, 남편도 나를 사회인으로 인정을 해줘 좋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박연희 이사장은 “경력단절 여성이 사회 진출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주부가 혼자 창업이라도 할라치면 남편 돈 까먹는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인데 우리는 한 목소리를 일곱 명이 낼 수 있어 참 좋다”고 전했고 임미아 씨는 “26살 이후로 경력 단절 기간이 20년 가까이 되면서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농촌체험지도자과정을 수료하면서 사회로 다시 나오게 된 것인데 처음에 무척 힘들었다. 함께 하는 6명이 나에게 굉장히 큰 병풍이 돼줬다”고 말했다. 차기 이사장을 맡을 황갑임 씨는 “7명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니까 우리의 능력을 어디까지 발휘할지 우리도 모른다. 일하면서 우리들 스스로에게 놀란다”며 뿌듯해했다.

주부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하고파
 만듦협동조합은 앞으로 파주의 들꽃어린이집 체험 학교의 전반적인 경영을 위탁해 맡게 됐다. 1만 5천 평 정도의 부지에서 이뤄지는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의를 진행한다. 또 내년 3월부터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호수공원 텃밭 정원을 이용한 텃밭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고양시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텃밭 수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만듦협동조합은 장기적으로 활동 지역을 넓혀 여러 지역의 주부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내년이나 후년쯤에는 파주에 지사를 낼 예정이고 차차 지점을 넓혀 나가서 주부들이 서로 협동해서 평생 직업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조합원이 되려면? 되면!
만듦협동조합은 현재 15명인 준조합원을 내년에는 30명까지 늘려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준조합원이 되려면 도시텃밭가드너 양성과정의 교육을 수료하고 도시농업, 원예, 식생활, 공예, 농촌체험 분야의 강사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하고 더불어 한 가지 이상의 전문 강좌를 열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출자금은 내지 않고 평생회비 10만원만 내면 된다.
만듦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면 조합에서 진행하는 각종 체험 및 만들기 강좌에 강사로 참여할 수 있으며 조합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조합원가로 구매할 수 있다. 만듦협동조합 강좌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에서 볼 수 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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