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 | 빅픽처 2015

정치 불평등이 경제 불평등을 낳는다

2014-12-19 10:43:46 게재
생각정원/ 김윤이 등 지음/ 1만1000원

'빅픽처 2015'는 우리나라의 하버드대 출신이 모여 만든 2015년 전망이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IT 의학 도시 문화 등 13개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쉽게 풀어냈다.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내용을 많은 시간동안 천착한 흔적과 실제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현장감이 묻어있다.

임동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열풍 분위기에서 '한국형 민주적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나 폴 크루그만 등은 "미국의 높은 수준의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져왔다"면서 "정치적 불평등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게임의 룰'을 바꾸었고 더 높은 경제불평등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더 심각한 정치적 불평등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경제불평등은 세금문제에서 시작됐고 세금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압력인 정치불평등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21세기 자본'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21세기의 민주주의'가 정립돼야 한다"면서도 "어떠한 형태의 결합이 한국의 맥락에 맞는지, 그리고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이념적 성향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형 민주적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불공평한 세금부과와 권력의 집중화를 막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임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우리사회에 어떠한 형태의 민주적 자본주의가 다가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조화로운 형태의 민주적 자본주의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매우 길고 어두운 터널을 뚜렷한 희망조차 없이 통과해야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혜영 미국 밴더빌트대 조교수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대학에서조차 학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학업이 아닌 노동에 써야 하고 그러다보면 공부할 시간은 점점 줄어 우수 장학금을 받을 확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기 쉽다"고 봤다. 교육불평등이 경제불평등과 맞닿아 있고 이는 정치불평등이 '불평등'의 시작점이라는 또하나의 반증임을 보여줬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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