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 빠져있는 '월성원전 1호기'

2015-01-20 10:38:46 게재

설계수명 만료 후 1년2개월째 가동 중단 … 계속운전이 합리적이지만 선결과제는 안전

우리나라 최초의 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가 1년 2개월째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다.

2012년 11월 21일, 30년의 운영허가기간(설계수명)이 만료된 이후 10년간 더 운영(계속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5일 10시간의 마라톤회의를 열고도 가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내달 12일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09년말 계속운전 신청서를 처음 제출한 때부터 따지면 6년째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논란만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 제일 오른쪽이 계속운전을 추진 중인 월성1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과학기술 발달로 안전성 확보" = 현재 우리나라가 운영하고 있는 원전 23기 중 월성 1~4호기와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이 30년이다. 이 가운데 고리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현재 37년째 운전 중이다.

이 외에 UAE 수출모델이자 차세대 원자로인 'APR1400'이 내재된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는 설계수명이 60년이고, 나머지 원전은 40년이다.

그렇다면 당초 설계수명이 정해져 원전을 건립하고 운영해왔는데, 왜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것일까.

한수원은 "운영허가기간이란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 기간"이라며 "하지만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 이상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 현실을 감안하면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된 원전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발전소를 새로 지으려면 부지 확보부터 건설비용, 환경 부담 등의 문제가 잇따르지만 계속운전시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100만㎾급 원전을 건설하려면 3조원 이상의 투자자금과 10여년의 건설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가동 중인 원전을 계속운전할 경우 필요비용이 신규 원전건설비용의 20%면 가능하다는 것.

별도 건설기간 없이 바로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NG대체시 연간 4천억 추가 소요 = 월성1호기의 설비용량은 67만8000㎾다. 대구 및 경북지역 주민이 1년간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석유로 대체할 경우 94만톤에 해당하는 양이며, 석탄은 138만톤, 액화천연가스(LNG)는 69만톤에 이른다.

이와 관련, 월성1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그만큼 대체전력원인 가스나 석유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1호기를 연간 300일쯤 가동할 경우 발전금액은 약 2000억원이지만 이를 LNG로 생산하면 6000억원이 소요된다.

즉 월성1호기를 계속운전할 경우 1년에 4000억원의 경제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월성1호기를 계속운전하는 것이 폐쇄하는 것 보다 1395억~3909억원의 이득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지난 30년 동안 평균 이용률이 86.2%에 달해 세계 평균 79.4%를 뛰어넘는 운영 능력을 보였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2009년 4월 대규모 설비개선공사에 착수하기 까지 5번의 한주기무고장안전운전과 4차례의 원전 이용률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한주기무고장안전운전이란 연료교체 후 다음 연료교체까지 고장 없이 연속운전을 하는 것으로 원전의 관리, 운영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정성 여부가 계속운전의 핵심 쟁점이자 선결과제다.

◆선진국보다 엄격한 안전기준 적용 =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의 원자로에 해당하는 압력관을 전량 교체하는 등 5600여억원을 투자해 새 발전소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료가 녹아내리는 비상상황을 가정해 격납건물의 압력을 낮추는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와 발생되는 수소를 전기 없이도 제거할 수 있는 '무전원 수소제거설비'를 갖췄다.

아울러 비상디젤발전기까지 작동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가정해 원전 본부별로 '이동형 발전차량'을 1대씩 확보했다.

특히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가들이 적용하는 10년 주기의 '주기적 안전성평가'에 '주요기기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추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검증단이 수행한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월성1호기의 폐기 여부는 EU방식의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트레스테스트란 지진, 해일 등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에 대한 원전의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조사다.

정부는 전문가검증단이 수행한 검증 결과를 지난 6일 일반에 공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비상노심냉각계통 열교환기계통이 다중성을 충족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해 시정요구한 바 있으며, 최종적으로 요건을 만족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명 종료된 원전 91%가 계속운전 = 전 세계 가동중인 원전 435기 중 절반에 가까운 204기(46.9%)가 30년 이상 운전하고 있다. 4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도 51기(11.7%)에 이른다.

가동원전 435기 중 151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83기는 현재 계속운전 중이다.

지금까지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 122기 가운데 111기(91%)는 계속운전을 했거나 현재 계속운전 중이다. 다만 독일 3기, 영국 2기, 캐나다·미국 각 1기 등 총 7기(6%)는 계속운전없이 폐로됐다.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였다.

이 가운데 월성1호기와 유사한 중수로형 원전은 전 세계적으로 총 51기가 있으며, 18기는 설계수명이 종료됐다. 이중 12기는 계속운전 중이고, 2기는 계속운전 후 폐로했으며, 3기는 현재 심사 중(월성 1호기 포함)이다.

하지만 캐나다 피크링 1호기(54만㎾)와 파키스탄 카누프원전(14만㎾)은 1971년 이후 지금까지 44년간 가동 중에 있다. 미국은 가동 원전 100기 중 66기가 30년 이상됐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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