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 _ 주민생활문화 공간 ‘도시의 고향터’

2015-01-29 09:03:51 게재

고향의 푸근함을 도시 속 이웃과 함께 나눠요~

강서구 마곡동 한솔 솔파크 아파트 상가 2층에는 마을주민들의 생활문화공간 ‘도시고향터’가 있다. 북카페와 다양한 문화강좌들이 매일 진행되며 주민이라면 누구나 방문해 강의를 듣고 지인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주민들의 즐거운 소통 공간, 도시고향터를 찾았다.

주민 강사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소통 공간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마곡 한솔 솔파크 상가 2층 도시고향터 강의실에는 수채화 그리기 수업이 한창이다. 도시고향터는 2014년 9월 문을 연 마을 북카페 겸 주민문화공간이다. 도시고향터 탄생의 주역인 정용근 센터장은 인근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 회장이기도 하다.
“거주하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주차, 무단 쓰레기 투하 등 각종 생활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알게 됐다. 2013년 가을부터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했는데 회의 장소가 없어 애를 먹던 중, 마을공동체 주민공간 지원사업에 신청해 지원금을 받아 이곳을 만들었다. 이후 단지 내 부녀회에서 추진하던 문화강좌를 이곳에서 운영했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웃들의 재능기부로 지금은 10여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채화반의 수강생들은 40~60대 주부들로 이런저런 이유로 미처 배우지 못한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에 빠진 이들이다. 이곳에서 데생기초부터 수채화 기본과정을 배운다. 수채화반 강사 손미숙씨는 예고와 미대를 졸업하고 입시미술학원 강사로 수년간 일해 온 경력자다. 손 강사는 “결혼 후 자녀를 낳고 키우느라 하던 일을 내려놓고 육아에 전념해 왔다. 작년 가을 도시고향터의 제안으로 기초 미술강좌를 시작하게 됐다”며 “수강생들 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주부들이지만 그림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전한다. 성인 수채화반이 기초부터 쉽게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 최근에는 아동미술반까지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시작단계지만 짧은 운영기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입소문이 많이 나 참여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주민강사들의 따뜻한 나눔 정신 덕분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라고 설명한다.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문화생활강좌 접할 수 있어 인기
이처럼 도시고향터는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부담없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자녀들과 함께 와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기도 한다. 천연비누 강사인 정은숙씨 역시 주민강사다.
“원래 중고등학교 CA강사로 천연비누나 우드아트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작년 가을부터 주민문화센터가 생겨 마을 주민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강의를 저렴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도시고향터에서는 수채화기초반 외에 가죽공예, 우드아트, 천연비누 만들기, 맛있는 쿠키 만들기, 폼아트, POP예쁜손글씨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며 야간이나 주말 사용은 따로 협의하면 신청 가능하다. 주민 모임공간이나 회의 장소로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 카페와 밴드를 운영해 회원들끼리 강의 및 생활 정보 등을 공유한다.

< 미니인터뷰 >
정용근 센터장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마을소통 공간 만들고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에 힘입어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기획하고 있어요. 도시고향터를 바탕으로 지역 남성들이 스스럼없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을기업이나 마을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주민강사 정은숙씨 (천연비누?화장품, 우드아트)
고향처럼 푸근한 정 느낄 수 있어요

만드는 걸 좋아해 각종 공예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여러 곳에서 강의도 했어요. 도시고향터는 재능 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강의라 내용이 알차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합니다.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 고향처럼 푸근한 분위기의 주민문화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죠.

주민강사 손미숙씨 (수채화기초, 아동미술)
미술은 치유의 힘이 있어요

학생이 아닌 성인 대상으로 미술의 기초를 가르치는 일이 신선해요. 학생들은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 부모님이 시켜서 미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수동적인 편인데 이곳 수강생들은 미술을 뒤늦게 배우는 거라 정말 열심이세요. 재능이 있건 없건 즐기며 성실히 하는 사람을 따라 갈 수 없는 것 같아요. 미술은 그 자체로 치유의 힘이 있어요. 60대 수강생 세분이 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누구보다 좋아하세요. 이거 배우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냐면서요. 저 역시 주민강사이자 다른 수업 수강생이랍니다. 더 많이 배우고 싶지만 강의 때문에 시간내기가 어렵네요.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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