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병기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

"현대차는 수소차 글로벌 리더"

2015-02-04 14:20:55 게재

2011년부터 도로 시험운행

각 데이터 보관 분석 개선

"수소연료전지차의 진검승부는 2017~2018년부터 펼쳐질 것이다. 현대차에 이어 도요타가 최근 양산을 시작했고, 혼다 및 벤츠다임러가 2016~2017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안병기 연료전지개발실장의 말이다.

안 실장은 "수소차 분야에서 현대차가 리더십을 쥐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도요타도 현대차보다 1년 늦게 양산차를 내놨다"고 첫마디를 꺼냈다.

이어 "팔로워(Follower)는 경쟁사 동향을 살피기 급급하지만 리더(Leader)는 이론적 한계치를 고려해 목표를 세우고, 경쟁사보다 우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수소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현대차는 2011년부터 수소차를 도로에서 시험운행하며 각종 데이터를 보관, 분석해왔다.

신차가 나오면 아무리 좋은 가솔린차도 리콜이 발생하기 십상인데, 우리는 수년간 시험운행을 통해 나온 자료로 개선하고, 또 개선했다. 신뢰성이 검증된 셈이다.

또 스택(발전기)과 운전장치부품, 모터, 감속기를 모듈화하고 최소화해 모두 엔진룸에 넣었다. 이게 수소차 분야에선 진짜 어려운 기술이다. 현대차는 모듈화에 성공했으니 다양한 차종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도요타 '미라이'는 모듈화가 안돼 스택을 바닥 가운데에 넣었다. 자동차 모델이 바뀔 때마다 플랫폼이 바뀔 수밖에 없다.

부품의 95% 이상을 국내 협력사와 함께 독자기술로 개발했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다.

■도요타의 '미라이'를 평가한다면.

아무래도 신차라는 매력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상품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라이'는 스택의 모듈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실내·트렁크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지상고(자동차 바닥부터 도로까지의 거리)도 130mm에 불과해 과속방지턱 같은 곳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해외 자동차전문지에선 '미라이'의 소음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봤는데 급하게 차를 내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와 비교해 수소차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수소차는 발전기(스택)와 에너지 저장장치(고전압 배터리)가 내재돼 있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면 이 전기에너지는 인터버, 모터, 타이어로 전달돼 자동차를 움직인다. 이때 구동(驅動)하고 남은 에너지는 저장이 가능하다.

수소차 1대당 우리나라 1가구가 4~5일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또 수소는 탱크안에 보관하고 있으면 1년이 지나도 방전되지 않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쓰지 않아도 1년에 7%씩 빠져나간다.

■수소차는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과제 아닌가.

전기차는 충전소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전기당 소화할 수 있는 규모가 작다. 급속 충전시 30여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24시간 동안 48대가 최대치다.

반면 수소차는 충전에 3분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간단히 계산하면 하루에 480대를 소화할 수 있다. 주행거리도 길기 때문에 1주일에 1번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충전기당 800~1200대까지 감당할 수 있다.

초기 투자비가 20억~30억원 소요되지만 운행차량이 늘고, 추가로 기술개발이 되면 가격은 더 인하될 것이다.

■현대차가 '투산ix 수소연료전지차' 가격을 8500만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비싸다. 대중화하려면 가격이 추가 인하돼야 하지 않나.

자동차업계에서는 물량이 10배 늘어나면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1만대 이상 팔릴 정도가 되면 1억원 짜리 제품가격이 5000만원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부품업체들의 경우 금형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었고, 아직 시제품 형태로 생산하다보니 현재 가격에 리스크 비용이 포함돼 있다. 차량 생산과 판매가 늘면 원가는 충분히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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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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