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진규 외교부 개발협력국 심의관

"보건외교, 새로운 형태의 외교될 것"

2015-02-11 00:00:01 게재

시에라리온에 의료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한 뒤 정부는 현지 상황 파악 등을 위해 선발대를 보냈다. 정진규 외교부 개발협력국 심의관은 선발대 대장으로 지난해 11월 시에라리온에 다녔왔다.

정 심의관은 "선발대가 갔던 11월은 아직 에볼라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체제가 확실히 갖춰지지 않은 때였다"면서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에볼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퍼질 때였고 치료를 하는 의사들도 죽음을 담보로 가는 분위기였다. 사망자도 일주일에 700~800명씩 됐다.

전염병 유행이 심각한 상황에서 에볼라 구호 의료진을 파견토록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전염사고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도 완벽히 준비해야 했고 지원자가 어느 정도 모집에 응해줄지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결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에 동참하는 게 공여국의 대의명분에 맞다고 판단하고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했다.

정 심의관은 "우리도 부산에서 열린 ITU회의 때 아프리카 대표단의 입국을 막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만 막는다고 해서 우리가 에볼라의 위협에서 안전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새로운 전염병에 전인류가 공동으로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험할 수는 있지만 의료진을 파견하게 되면 우리 의료진이 신종 감염병을 연구할 기회가 생기고 우리가 피해국가가 됐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받기 수월하다는 이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 등 NGO를 통해 다양한 국적의 의사들이 에볼라 치료활동에 참가했지만 국가 단위로 치료인력을 파견한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7곳밖에 없었다.

우리 의료대가 파견된 가더리치 지역의 에볼라 치료소를 총괄 운영하는 이탈리아 NGO 이머전시는 한국의 의료진의 팀플레이를 높이 평가했다.

정 심의관은 "가더리치 에볼라 치료소에 국제 의료진이 30~40명 있는데 우리가 30% 정도의 비율을 차지했다"면서 "의료팀장이 있고 관리주체가 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머전시와 어떤 역할을 할지 논의를 해 효율적인 의료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의료진이 우수한 실력과 희생정신,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것이 향후 새로운 외교의 자산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전염병 치료를 위해 해외에 보건팀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주로 태풍이나 지진 발생 등 재난사고 복구 사업에 참여했다.

정 심의관은 "전염 질병에 대한 대외 협력을 경험해본 것은 외교적 측면에서 또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보건외교가 새로운 형태의 외교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협력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는 꾸준히 해오고 있다. 외교부는 국제협력단(KOIKA)를 통해 아프리카 영양강화, 교육. 기술전수 중심으로 원조활동을 하고 있다.

정 심의관은 "정부가 ODA사업으로 그 나라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고 신뢰를 쌓는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 국가들이 나중에 인프라 건설 등을 할 때 ODA를 통한 신뢰관계가 민간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심의관은 "시에라리온도 에볼라가 끝나면 포스트 에볼라 복원사업이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라며 "꼭 그런 걸 위해서 의료진을 파견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시에라리온 인프라 건설에 우리나라가 주요 참여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과실을 얻을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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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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