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_ 강서구 부모 커뮤니티 ‘색연필’

2015-04-08 00:00:01 게재

내 아이에서 우리 모두의 아이까지 우리는 도서관 문화 활동가



새 학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반에 적응하기 바쁜 자녀들만큼 엄마들도 학부모총회 및 반별, 학년별 학부모 모임 등 여기저기 모임 참석으로 분주하다.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신정초등학교 도서관 봉사회 학부모들의 정기 모임이 서울시 마을공동체로 발전한 부모 커뮤니티 ‘색연필’을 찾았다.

엄마들의 독서모임이 지역사회 부모 커뮤니티로 발전
강서구 부모 커뮤니티 ‘색연필’은 신정초등학교(교장 박영순)의 학교 도서관 봉사회 회원 10명으로 시작된 모임이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2008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색연필’ 대표를 맡고 있는 손효순 회원은 초등생이던 아이가 졸업했지만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엄마들이 자녀에게 독서하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자신이 책을 읽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저희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 저희가 먼저 공부하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게 시작한 모임은 계속 지속됐고 2013년 서울시 마을공동체 부모 커뮤니티 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2013년에 개관한 곰달래 도서관을 주요 활동지로 삼아 유아들과 초등 저학년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와 북 아트, 인형극 같은 학부모 연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이뤄진 빛 그림자 인형극은 인형극을 잘 모르는 엄마들도 배워서 아이들에게 인형극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관객인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다고. 2013년 가을에는 동서고금의 문학기행을 기획해 상반기에는 양평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하반기에는 남양주 정약용의 실학박물관을 부모자녀 2명씩 20팀, 총 40명이 다녀왔다. 2014년에는 김유정 문학관과 성북동 인문학 코스를 다녀왔다. 야외로 나가 책에서 읽은 곳을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고 현지 맛 집에서 식사하는 프로그램으로 모두들 만족스러워 했다고.
‘색연필’에서 기획한 인기 프로그램 ‘달빛 독서’는 주말 저녁부터 밤11시까지 곰달래 도서관 5층 북 카페에서 조명을 모두 끄고 나만의 북 라이트인 한지 등만 켜 놓은 채 1시간 동안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엄마와 함께 집이 아닌 곳에서 싸갖고 온 저녁 도시락을 먹고 나만의 등을 켜고 책을 읽는 활동에 아이들은 상상 이상으로 즐겁게 참여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안 엄마들은 양말인형을 만들면서 잊고 지냈던 바느질의 즐거움을 느끼며 아이들을 위한 인형을 꾸며 봤다. 인형극 공연은 아이들의 호응이 높아 올해부터 신정초 교육복지대상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진행할 예정이다. 북 콘서트나 달빛독서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은 도서관에 공고만 올리면 바로 마감되는 인기프로그램이라고.

 

각자 가진 색깔 그대로 인정하는 모임

‘색연필’ 회원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손효순 대표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 논술 디베이트 수업과 즐겁게 책 읽는 법을 알려주는 ‘어린이 독서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의 독서 및 디베이트 능력 향상을 위해 제가 특별히 가르치는 건 별로 없어요. 아이들에게 규칙을 알려주고 자기들끼리 팀을 짜서 주제에 맞게 토론을 유도하면 알아서 논쟁하면서 발전을 하더라고요.”
‘색연필’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됐다는 김인숙 회원은 동화구연자격증 등 자격증만 9개다. “아이의 초등입학 이후 학교 주변을 맴돌다가 ‘색연필’ 모임에 참여하게 됐어요.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내 자신이 변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제는 아이들이 엄마의 여러 활동을 지지해 주고 좋아해요.”
3년간 이 모임에 참여했다는 윤혜주 회원은 적극적인 모임 참여자다. “엄마들의 책읽기 모임이라서 참여했는데 모임에 와보면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저 참여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라며 수줍어했다. 이 모임의 막내인 윤연옥 회원은 “아이들을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엄마가 하는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시키니 스스로 책을 읽고 재미를 찾더라고요. 제가 특별히 변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지는 모임이라고나 할까요?”
이번에 새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이지연 회원은 아이의 책읽기를 독려하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 “둘째 아이가 손 대표님이 하는 독서 디베이트 수업을 듣고 정말 많이 변했어요. 전에는 책읽기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신문이나 잡지 등을 찾아서 읽더라고요. 저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가입하게 됐어요.”

< Mini Interview >
손효순 대표
저희 같은 모임이 많아져 서로 연합했으면 해요

“학교 엄마들의 모임에서 지역사회 부모 커뮤니티 활동까지 무리 없이 이어져 온 건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에요.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제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잘 자랐으면 하는 생각으로 커진 거죠. 도서관에서 주로 활동하는 저희 같은 모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서로 연합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인숙 회원
아이 위한 활동이 나의 발전으로 이어져

“예전에는 몇 안 되는 ‘동남아’였는데 이제는 여기저기 인형극 공연하러 다니기 바빠요. 아이의 교육을 잘해 볼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활동이 결국엔 제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지더군요. 배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이 나이에 깨닫게 되네요. 엄마가 변하니 아이들도 따라 변하고 엄마의 변화된 모습에 박수를 보내줘요.”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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