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중국 견제 위한 미 아시아 중시전략 '흔들'

2015-04-10 11:07:41 게재

지구촌 수퍼파워 자리를 놓고 미국은 중국과 숙명적인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중국의 급부상에 제동을 걸고 미국의 위상을 유지하려고 내건 것이 아시아 중시전략이다.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정책으로도 불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은 갖가지 장애물에 부딪혀 흔들리고 있다.

새로 다지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애쉬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바로 아시아 중시전략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창기부터 국방부 부장관으로서 아시아 중시전략의 설계자 중 한명 이었고 지금은 펜타곤의 수장으로서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파워 증가를 억지시켜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시키는 게 주된 목표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한일 방문길에 행한 미 애리조나 대학 연설에서 미국이 아직도 중국보다 우월한 해군력과 공군력, 첨단무기들을 아태지역에 배치해 미국의 수퍼파워를 지켜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취임 후 첫 방한한 애쉬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9일 오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주한 미군 장병들을 만나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터 장관은 미국은 현재 새로운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와 장거리 대함 쿠르즈 미사일, 전자전 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어떤 것들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즉 미국은 아직도 중국에 비해 훨씬 앞서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최신예·최첨단 해군력, 공군력, 신형 무기 등을 대거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 집중 배치해 북한의 위협을 막는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중시전략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중시전략을 추구하는데 가장 핵심은 한미일 3각 안보동맹으로 삼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과 일본 등 핵심 동맹들에게 더 많은 군사비용 분담과 역할을 요구해 나간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미일 3각 안보동맹 가동 못해

미국이 아시아 중시전략을 펴면서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대목은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일본 방문에 앞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이야말로 미국의 아시아중시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고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아시아 중시전략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 미국이 애를 태우고 있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한국으로부터 거센 논란과 비난을 살 것을 알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나 현재의 정치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자"고 언급해 일본 편들기라는 소리를 들은 것은 미국의 당혹감과 절박함을 드러낸 것으로 미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동맹국 부담 증가 압박으로 반미 감정 우려

미국은 자체 국방비의 대폭 삭감으로 동맹국들에게 군사비용 분담을 크게 늘려주도록 요청하고 때론 압박을 가해야 하는 상황인데 동맹국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사서 반미감정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은 아시아 중시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 자체 국방비의 대폭 삭감으로 아태지역에 미군사력을 증가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긴축재정에 시퀘스터(Sequester)로 불리는 자동예산 삭감으로 10년간 1조달러나 국방비를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 아태지역 전력 증강이 모두 지연 또는 축소될 위기를 맞았다.

다만 시퀘스터에 따른 국방비 자동 삭감은 중단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에 한숨 돌리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도 엄청난 국가부채나 적자재정 때문에 동맹국의 분담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미국은 아태지역 군사력 증강에 한국과 일본, 호주 등 군사동맹국들에게 재원 부담을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사드(THAAD), 즉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문제가 논란을 사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엄청난 비용을 누가 얼마큼 낼 것이냐이다. 사드 1개 포대당 11억달러, 약 1조 5000억원이나 드는 막대한 비용을 한국에게 부담하도록 압박 할 경우 한국정부가 수용할 수도 없고 한국민들 반미감정만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의 남한 공격을 막아내는 효과적인 방어 시스템인지 부터 입증하면서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중국견제용임을 비공식이나마 인정하고 주한미군에 배치하고 비용의 상당부분을 국이 부담하는 결정을 내려야 그나마 한국내 반감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무기 '돈 먹는 하마, 아직 검증 안 돼' 논란

미국은 아시아 중시전략을 추진하면서 자국이 증강배치하든지, 동맹국들이 사들이는 방법을 통해 군사력을 증강하려 하고 있으나 차세대 무기들이 돈 먹는 하마로 꼽히면서 아직도 대부분 검증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논란을 부채질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미사일 방어체계 가운데 SBX로 불리는 해상설치 X밴드 레이더, 개조한 보잉기 레이저 빔 무기, 요격 미사일과 클러스터 킬 비히클 등 4가지 프로그램에 10년간 100억달러나 쏟아 붓고도 실패해 돈만 날리고 레이더는 축소 시범운용, 나머지 3개는 아예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배치를 희망하고 있는 사드 시스템은 아직도 성능을 자체 인증받지 못했으며 2017년까지 실험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한국 등 타국의 실전배치를 서둘러 결정하도록 압박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뿐만 아니라 미 해군은 아태지역 증강을 위해 핵추진 공격 잠수함을 주력으로 삼고 있고 현재의 작전을 위해서는 48척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1년에 1척씩 건조하는데 그쳐 2030년에는 9척이나 부족해 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해군 잠수함 가운데 60년대와 70년대에 건조된 경우 대거 퇴역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공군은 현재 주력기들인 F-15와 F-16기를 대체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는데 앞으로 5년동안 300여대의 전투기들을 퇴역시켜야 한다. 하지만 차세대 전투기로 구매해온 F-22 랩토 스텔스 전투기가 187대를 배치한 후 너무 비싸 '돈 먹는 하마'로 지탄받으면서 구매가 중단돼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로 F-35 다목적 전투기가 개발됐으나 2016년에나 실전 배치될 예정이고 전투비행거리가 짧고 전시 비행장 파괴시 이착륙이 어려워지는 등 결점들이 속속 지적되고 있어 개량이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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