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강서구 마을공동체 ‘까치네 놀이마을’

2015-04-22 23:53:53 게재

자연과 함께 크는 아이들, 엄마들의 힐링은 덤이에요



취학 전 영유아 엄마들에게 품앗이 육아는 이제 낯설지 않다.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엄마들의 재능기부로 음악, 미술, 요리, 자연놀이 활동을 겸한다.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모인 작은 모임이라 또래 친구와 함께 자유롭게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안심 육아이기도 하다. 강서구 마을공동체 까치네 놀이마을 자연놀이 품앗이 팀인 산아이 팀의 놀이현장을 찾아가 봤다.

자연을 벗 삼아 스스로 놀게 하기
화창한 금요일 오전 11시, 강서구 봉제산노인복지센터 앞 놀이터에 어린 아이들과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이들은 까치네 놀이마을 자연놀이 품앗이 팀인 산아이 팀 7가족. 매주 월, 수, 금 오전 11시에 이곳에 모여 봉제산 중턱까지 올라가 신나는 자연놀이를 한다. 2세~6세까지 11명의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거나 등에 매달려 산을 오른다. 제법 걸어 올라가니 약간 평평한 곳이 나오고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은 작은 집도 있다.
까치네 놀이마을 이미선 대표는 “작년 여름부터 엄마 품에서 자녀를 가르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엄마들이 하나 둘씩 모여 탄생한 모임”이라며 “작년에는 ‘강서좋은엄마모임’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올해부터 ‘까치네 놀이마을’로 이름을 바꿔 모임을 꾸리고 있다. 엄마들끼리 강연을 들으며 친목도 도모하는 ‘행복한 엄마학교’, 엄마는 뭐든지 만든다는 콘셉트의 핸드메이드 소모임, 자연놀이 품앗이 육아, 공동텃밭가꾸기, 마을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까치네 놀이마을은 2014년 가을 서울시 마을공동체 우리마을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됐고 올해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자연놀이 품앗이 육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변 엄마들이 많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신규 가족을 모집해 8가족을 정원으로 두 팀이 더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집 등 기관에 다니기 전 2세~5세의 영유아 엄마들이 가장 관심이 많다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조직되어 운영되지만 봉제산을 교실로 삼는 자연놀이 수업은 같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까치네 놀이마을 네이버 카페 회원 수가 최근 300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아이에겐 엄마가 최고의 선생님
아이들을 모아놓고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이 자연과 벗하며 스스로 놀이를 하도록 풀어주는 것이 이 모임의 특징. 아이들은 저마다 관심이 가는 나뭇가지, 낙엽, 꽃, 흙 등을 만지며 자연스럽게 자연을 탐색한다. 한 엄마의 재미있는 노래와 율동을 천진난만하게 따라하는 아이들. 오늘의 지도교사로 봉사하는 이은정 회원은 전직 어린이집 교사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되니 아이들과 함께 나와 자연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체험활동이 돼요. 규칙적으로 산에 오르니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기도 하고요.” 오늘의 주제는 봄꽃. 이 교사가 만들어온 관련 자료를 보면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여러 가지 봄꽃에 대해 알아본다. 주변에 피어있는 예쁜 꽃들로 꽃 왕관 만들기 활동을 시작하자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마음에 드는 꽃을 찾아 나선다. 점심식사는 엄마들이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돗자리에 펴고 앉아 나눠 먹는다. 산에 올라와 뛰어다니느라 배가 고팠는지 아이들은 맛있게 도시락을 먹는다. 같이 하는 엄마들도 즐겁다.
이 대표는 여섯살 첫째와 세살 둘째를 모두 이 모임에 참여시키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자꾸 뭔가를 주입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린 시절 신나게 놀았다는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싶어요.” 비가 오거나 날씨가 너무 추울 때는 회원들 중 한 가정을 방문하거나 화곡 마을살이, 공간 짬 등의 마을 공동공간을 활용한다. 이 모임에서는 개인 장난감 가지고 오지 않기, 건강한 먹거리 사용하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등 몇 가지 규칙을 정해서 지키려고 노력한다.
정진영 산아이 팀장은 “4월부터 매주 한 번씩은 강서구 힐링농원에 가 아이들과 함께 분양받은 텃밭을 가꾸며 식물 키우기를 체험한다”며 “나머지 두 번은 봉제산에 올라 자연을 즐기며 주제에 맞는 활동을 하니 실내에만 있는 것보다 발달도 빠르고 활발해 지는 것 같다”라고 자랑한다.

< 미니 인터뷰 >
“어린 시절 신나게 놀았던 기억 남겨주고 싶어요” - 이미선 대표


“공동육아를 고민하는 여덟 가정으로 시작한 모임이 자연놀이 품앗이 육아를 실천하면서 반응이 좋아 좀 더 많은 가정과 나누고자 신규 회원들을 모집했어요. 저희 딸도 작년까지는 어린이집에 다니며 자연놀이 활동을 병행했는데 올해부터는 기관에 다니지 않고 엄마, 동생과 함께 자연놀이 활동만 하고 있죠. 어린 시절 신나는 놀이경험을 채워주고 싶어서요.”

“품앗이 육아 통해 타 가정과 교류해요” - 정진영 팀장

“엄마들이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다들 학습적인 면에만 치우쳐 있지 않나 생각해요. 어린 시절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하도록 해주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역할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품앗이 육아를 통해 다른 가정과 육아의 고민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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