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여덟살 꼬마 카툰작가 이현진

2015-04-23 11:43:53 게재

순수함과 동심이 그려진 현진이툰을 아세요?



봄의 전령사인 꽃들이 만개했다. 사방에 피어있는 꽃을 보며 오래도록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하지만 여기 카툰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여덟살 꼬마 작가가 있다. 바로 화창초 1학년 이현진 양이다.

 

두살 때부터 그림 그린 꼬마화가
현진이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던 두살 무렵부터 물감을 가지고 놀며 그림을 그렸다. 주위에서는 이런 현진이를 보고 신기해했다. 특히 현진이 엄마 아빠는 현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미리 엿보고 현진이가 그림을 통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다.
“보통 아이들은 그림을 스케치북에 그리는데 우리 현진이 만큼은 스케치북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50호 패널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현진이 아빠 이규찬씨의 말에 의하면 현진이는 아기 때부터 잘 웃지 않아 마음이 쓰였다고 한다. 엄마 아빠와 눈을 마주치며 까르륵 웃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현진이는 말이 없는 조용한 아이였다. 그래서 현진이 부모들은 고민 끝에 엄마는 매일 5권 이상의 책을 읽어 주었고, 아빠는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클래식, 뉴에이지, 제3세계 음악까지 음악이란 음악은 모두 들려주었고 특히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등 클래식 거장들의 전곡을 들려주었다.
시간이 흐르자 현진이 엄마 아빠의 처음 우려와는 달리 현진이가 제법 말을 하고 어느덧 자랐을 땐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 음악의 힘이었는지 모르지만 활발하고 쾌활해지고 클래식 음악에 심취해 춤까지 추었던 것. 이렇게 조용한 아이에서 에너지 넘치는 아이로 거듭난 현진이는 네살쯤 되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그림의 형태나 얼굴이 없던 것이 어느 순간 몸이 생기고 스타일이나 그림의 표정이 생겨났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캐릭터에다 예쁘게 보이려고 기교를 부리면서 그림을 그리지만 현진이는 작품의 스토리와 표정까지 나타내게 되었다.

 

그림전시회 꽃별을 준비하며
“현진아, 이 그림은 뭘 그린거지?”
“제목은 꽃별인데요. 공주님이랑 장미꽃이에요.”
현진이가 그린 그림 가운데 눈에 띄는 장미꽃 그림이 있었다. 현진이에게 제목을 묻자 꽃별이라고 대답하며 전시회 포스터에 있는 그림이라고 자랑을 했다. 아빠가 작업하는 카카오툰을 보며 그림과 스토리를 완성한 현진이. 1년 전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현진이 툰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0여 개가 넘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현진이툰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순수하고 동심이 가득 담긴 여덟살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은 감히 어른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화두를 담은 저의 카카오툰에 이어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현진이툰에 대한 호응과 반응이 대단합니다. 귀여운 그림체에다 아름다운 색상,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이 담긴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언젠가 이 즐거움과 감동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석수도서관(5/17∼5/30)과 만안청소년수련관(5/3∼5/16)에서 전시회를 갖기로 했어요. ”
현진이의 그림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이규찬 작가는 생각이 많아졌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아이를 통해 이루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진이 엄마 아빠는 앤디 워홀이나 피카소라면 모를까 자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꿈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후원자 가운데 한 분이 조언해주셨어요. 아이의 영역과 아빠의 영역을 분명하게 하라고 말입니다. 그 분은 우리 현진이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라고 하셨죠. 이번 전시회가 자칫 우리 아이만의 장기자랑이나 학예회쯤으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대다수 현진이처럼 어른들은 잃어버린 순수한 끼와 재능을 다 가지고 있어요. 다만 어른들이 모를 뿐이죠.”
아이들을 키우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아내, 이규찬 작가는 현진이의 재능은 그동안 엄마가 믿고 양보하며 기다려준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카툰은 한 컷으로 그려지는 만화다. 원래는 마분지나 판지와 같은 두꺼운 종이 위에 그려지는 그림을 칭했지만 오늘날에는 풍자와 관련된 만화로 알려져 있다. 여덟살 꼬마 작가 현진이가 보여주는 카툰은 어떤 느낌일까? 현진이의 예쁜 마음이 담긴 그림이 빨리 보고 싶어진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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