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신성국 나눔문화플랫폼 '허그인' 대표

내 작은 친절이 세상을 바꾼다

2015-04-30 11:07:02 게재
한 교사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며 숙제를 냈다. 다음날 한 아이가 답했다. "제가 세 사람에게 도움을 줘요. 그럼 그 사람이 또 다른 세 사람을,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세 사람을 도와요."

이 아이의 간단한 생각은 기적처럼 현실이 돼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줄거리다.

신성국(31·사진) 나눔문화플랫폼 '허그인' 대표는 자신의 일을 설명할 때 항상 이 영화를 먼저 소개한다. 이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기 꿈이기 때문이다.

설립 1년 반째인 허그인은 '나눔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사회혁신 기업이다.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나눔 릴레이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지속가능' 버전인 셈이다.

서울 합정역 부근에 만든 카페 '허그인'은 이를 위한 준비단계로 톡톡 튀는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앞서 다녀간 손님이 남긴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선물한다. 1년 반 새 600명의 방문객이 누군지 모를 다음 손님을 위해 편지를 쓰고 갔다.

대관도 한다. 한 부부는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허그인에서 결혼식을 열어줬다. 이 부부는 결혼식 수익금의 30%를 기부금으로 내놨고 허그인은 이를 다문화가정 무료 결혼식 단체에 기부, 캄보디아의 가난한 부부에게 결혼식을 선물했다.

2014년 글로벌 강연 프로그램인 '테드X(TEDx Hapjeong)'에 출연한 후부터는 전국의 학교와 공공기관 등의 요청으로 강연도 다닌다. 아예 '나눔대학'을 열어 강좌도 진행한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베푸는 친절도 모두 나눔이에요. 그걸 깨닫고 즐기는 문화가 사람을 타고 이어지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신 대표의 나눔사업은 대학시절 팀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다른 이를 위한 친절과 봉사가 어디까지 '전염'될 수 있는지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도움을 준 사람은 기록을 남기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후 기록을 남겨 선행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소소한 선행들이 파도를 타더니 3개월 만에 300명이 동참했다.

이 프로젝트는 칭찬 릴레이, 소년소녀 가장 남매 돕기 모금, 교내 청소·경비원를 위한 공연으로 이어졌다. 칭찬 릴레이에는 총장과 각 과 교수들까지 동참했고, 선물을 받은 청소 아줌마, 경비 아저씨들은 처음 받는 친절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신 대표는 "사람들의 사소한 생각과 행동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세상이 바뀌는 기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느끼는 나눔의 즐거움을 모두 함께 느끼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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