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동 마을공동체 ‘행복이 꽃피는 효도밥상’

2015-05-14 10:57:32 게재

가족과 이웃 넘어 지역사회 위한 공동체 함께 꿈꿔요~



언제부터인가 온 가족이 바빠졌다. 다 같이 밥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밥 먹는 평범한 일상이 숙제처럼 되어 버렸다. 소위 말하는 밥상머리교육은 남의 나라 이야기. ‘행복이 꽃피는 효도밥상’은 시대를 거슬러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함께 모여 텃밭을 가꾸며 그곳에서 수확한 채소로 밥상을 차린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웃 간에 소통한다. 나아가 지역의 소외된 가족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아이들의 탐구학습 동아리가 마을공동체로 발전
‘행복이 꽃피는 효도밥상(이하 효도밥상)’은 텃밭에서 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마을공동체다. 직접 텃밭을 가꾸며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놀라우리만치 순수하고 생각이 깊다.
‘효도밥상’은 아이들의 작은 모임으로 시작됐다. 2012년 7월, 방학 중 호기심 많은 몇몇 초등생 친구들이 한 집에 모였다. 이후 장애인과 노약자를 배려한 미래의 건축 공간 탐구활동을 목적으로 자주 만났다. 공대 출신의 엄마가 재능을 기부하고 집을 개방해 아이들의 모임을 지속했다.
이 활동으로 청소년 과학탐구대회에서 서울시 교육감상 수상,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창의캠프’ 선발, 부산 한국과학영재고등학교가 주최한 ‘과학축전’에서 우수발표상 수상이라는 결과를 남겼다. 자신감을 얻은 자녀와 엄마들은 함께 좀 더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땅을 갖고 있던 가족이 텃밭 가꾸기를 제안하면서 구체화됐다. 아이들과 땀 흘려 농사를 짓고 채소를 수확해 나눠먹으며 부모와 자녀가 행복하고 나아가 이웃이 행복한 공동체로 생각을 넓혀갔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른 가족들을 초청했다. 공동체 활동에 시큰둥하던 아버지들도 주말에 한 번 있는 농사짓기와 가족들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아이들의 작은 탐구학습 동아리가 어느새 이웃이 소통하는 마을공동체로 발전한 것이다.

 

체험활동으로 가족 간 신뢰회복과 이웃사랑 키워나가

‘효도밥상’은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수확물로 아이들이 밥상을 차려 부모에게 대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부모로부터 받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이 주말마다 텃밭으로 달려가 열심히 키운 채소를 이용해 요리를 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아이들이 부모와 이웃 어른들에게 하나둘 배우면서 요리 실력이 점점 늘어갔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버지들이 참여하면서 즐거움이 더해졌다. 조종사인 한 아버지는 자신의 재능이 농사라는 것을 발견했고 IT업계에서 일하는 아빠는 출중한 요리 실력으로 아이들 요리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박정희씨는 “중3인 큰아들과 둘째 딸, 늦둥이 4살 아들까지 세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많이 지쳤었는데 텃밭 가꾸기로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족 모두가 건강해졌다”고 전한다. 텃밭 가꾸기와 요리활동 외에도 자아발견 워크숍, 도자기 그릇 만들기, 심리상담 체험활동 등이 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잡은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직장 업무에 지친 아빠들은 하루를 가족과 보내며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나은선씨는 “아이들이 게임하며 보냈을 시간에 텃밭을 가꾸게 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무척 기쁘다”며 “함께하는 이웃 가족들에게 좋은 자극을 받는다. 아이들끼리 친해지는 것도 보기 좋다”라고 전한다.

소외된 이웃 가족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올해 ‘효도밥상’의 목표는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것이다. 요즘은 장애인의 거주인구가 높은 방화동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사회성이 부족한 지적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쉽고 간단히 가르칠 수 있는 요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도 그중 하나다. 또한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 아동을 둔 엄마들에게 텃밭 프로그램을 지원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할 예정이다.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구상중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우연한 모임으로 시작된 ‘효도밥상. 이제는 지역과 소통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공동체로 점점 커져가고 있다.

김화경 대표

“초등학생 때 만난 아이들이 현재 중3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농사지으며 배우는 것이 많고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모두들 무서워한다는 중2병이 무엇인지 모르고 잘 넘어 갔지요.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가정의 화목,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키우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었답니다.”

권혁민(초6)

“텃밭 가꾸기를 할 때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물은 토마토랍니다. 원래는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제가 직접 농사지은 거라 잘 먹어요.”

김상우(중3)

“농사를 짓고, 그릇을 만들고, 요리를 배웠는데요. 이렇게 음식이 차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실력을 발휘해 부모님께 밥상을 차려드렸더니 무척 뿌듯해하셨답니다. 자녀에게 밥상을 받으니 색다른 느낌이셨대요.”

권혁진(중3)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기념식을 할 때 기분 좋고 재미있어요. 밭가는 일은 힘들지 않은데 수확하는 일은 무척 어려워요. 수확한 채소와 과일로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땀 흘리며 일한 보람이 있었죠.”

정재훈(중3)

“텃밭에서 일할 때마다 도시락을 싸가고 밥도 같이 해먹으니까 즐겁고 힘든 줄 모르겠어요.
삼겹살에 김치를 돌돌 말아 구워봤는데 솔직히 엄마가 만들어주신 것보다 훨씬 맛있었죠. 도자기를 만들고 페인팅을 하면서 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게 됐어요. 나중에 퇴직하면 귀농할 생각입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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