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제3대 배한호 신임회장

영리 위한 상조 아니라 슬픔 나누고 함께하는 한걸음

2015-05-24 21:56:53 게재



관혼상제. 한 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겪어내야 하는 관문이자 큰 고비다. 인간이라면 온 예를 갖춰 함께함이 마땅하다.
그중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손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라면 바로 상을 당한 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상황은 아랑곳없이 영리부터 추구하려는 현실 앞에 가뜩이나 힘든 몸과 마음이 완전히 허물어져버리기도 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영리위주 장례문화를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2010년 조합원 가입을 시작, 고 리영희 전 한겨레신문 논설고문,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장례 엄수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2013년부터는 서울 부천 광주 충북 등 각 지역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하며 현재 3000여명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천안아산한겨레두레협동조합 배한호 이사장(천안 다움한의원 원장)을 제3대 신임회장으로 선출했다. 배 신임회장은 “1대 2대 회장님은 물론,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의 기본 골격은 완성된 상태”라며 “앞으로 조합원을 1만명으로 확장해 함께하는 공동체 장례문화가 다시 자리 잡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어떤 곳인가

상조회사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많다. 상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리베이트와 폭리구조가 상당하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이윤 추구,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발전해가는 장례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출발했다. 이를 바로잡고, 진정으로 함께하고 슬픔을 나누는 공동체 삶으로 장례문화를 바라보자는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한 곳이다.

-. 현직 한의사가 상포계 협동조합 이사로 참여한 것이 독특한데, 계기는 무엇인가

부모님이 연로해지시며 장례 준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기존 상조회사나 장례업체 등을 알아보니 지나치게 상업적이라 꺼려지더라. 그때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을 알게 되었고, 2012년 11월 조합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 후 사는 곳은 천안인데 서울에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장례문화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3년 봄쯤 당시 우선 아산YMCA 박진용 사무총장 천안YMCA 전성환 사무총장과 셋 중심으로 지역조합을 결성하고 이사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기존 상조회사나 장례업체와 어떻게 다른가

보이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상을 치르는 과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내용이 다르다.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기간에 마음의 무게를 나누고, 적정한 비용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
상을 치르는 동안은 상황적으로 정신이 없는 동시에 부모님의 마지막을 모시는 마당이라 업체가 하자는 대로 따르게 된다.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리베이트는 물론, 폭리가 발생하기 쉽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그간 엄수한 장례를 보니 20~25%정도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두레협동조합 가입 조건은 무엇이고, 조합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나

조합원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 출자금은 한 구좌 1만원 이상으로, 출자금은 조합원 탈퇴하면 전액 환급된다. 조합비는 월 3만원이다. 이렇게 하면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주요 내용은 상포계 운영이다. 직계 가족이 돌아가실 경우 조합원들끼리 도와서 상을 치른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대표번호로 연락하면 전속 장례지도사가 장례 지도를 돕는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여행계와 결혼계도 부가 내용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충북 조합에서 여러 차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상조회사를 선택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최근 상조회사가 많아지면서 경쟁도 심해지고, 월 납임금액이 3만원에서 1만원 정도로 점점 낮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삼모사다. 낮춰졌다고 해서 전체금액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비용에서 부족한 부분은 발인 후 정산해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상조회사와 관련해 사회적 문제가 많아지면서 기획재정부에서 선불식 할부거래업에 대한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예치금을 50%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예치금에 대한 재무건전성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신임회장이 된 후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아이가 태어날 때는 신생아용품을 사며 준비하지만 장례에 대해서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다. 불효일까 싶어 모르는 일처럼, 일어나지 않을 일인 듯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닥칠 일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당황해 우왕좌왕하게 된다. 
현재 천안 아산에 200명, 전국 아홉 개 지역조합에 총 3000명 정도 조합원이 함께하는데, 회장으로 있는 동안 1만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장례지도사, 도우미까지 조합원으로 들어오면 예전 같이 마을이 한 마음으로 치르던 장례문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을 치르며 마음고생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폐단이 사라지고, 어려운 시기 마음을 나누고 어깨를 기대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두레라는 것이 원래 지역에서 서로서로 돕는 것 아니었나.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를 통해 건강한 장례문화가 자리 잡게 되기 바란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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