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언어(bilingual) 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5-05-24 22:36:48 게재

우리말 잘 하는 아이가 영어도 잘합니다.
미국의 초·중·고에는 ESOL(English for Students of Other Language) 클래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영어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ESOL클래스에 배정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학 간 아이들도 대개는 처음 1년 정도 ESOL클래스 수업을 듣습니다. 하루 수업 중 영어나 사회 등의 수업 시간에만 따로 모여서 수업을 받는 것이지만 일단 아이가 이 반에 배정을 받게 되면 부모님들의 기분이 좋을 리는 없습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이 반의 배정 기준이 보통 부모님들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포 2세 가정에서 자라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아이가 ESOL을 들어야 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온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영어실력이 유창하지 않은 아이도 ESOL반을 그만 와도 좋다는 판정을 받기도 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보통의 학부모들이 보는 것과 학교에서 평가하는 영어 실력에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일까요?
이유는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언어 영역은 일상생활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의 경우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읽고 쓸 수 있지만 모두가 국어시험을 잘 보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영어표현이 다소 서툴더라도 한국에서 국어를 잘하던 아이들은 미국의 학교 영어에 빨리 적응하고 유년기에 두 언어를 섞어 쓰느라(bilingual) 언어개념이 더디게 잡힌 이민 가정의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 시절 학교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EFL 상황에서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대개 미국 친구를 잘 사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가깝게는 입시나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이고 궁극적으로도 비즈니스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영어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어는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일 뿐이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그 속에 담길 내용과 보기 좋고 먹기 좋게 담아내는 능력은 우리말 실력에서 오는 이해력과 사고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천안아발론랭콘 두정백석관 김영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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