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이 사회적 약자 더 배려"

2015-06-18 10:36:03 게재

변협 '사시존치' 주장에 로스쿨 출신 반발 … '사시폐지 사회적 합의' 무시하는 변협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시험 존치'의 공론화에 나서자, 로스쿨 출신 대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로스쿨 출신 변협 대의원 100명은 18일 '대한변협 집행부의 일방적인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변협의 최고의결기관인 총회를 구성하는 대의원들이 집행부의 활동에 조직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변협은 18일 국회에서 사시존치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섰다. 사법시험이 학력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법조인에 도전할 '희망의 사다리'인 만큼 로스쿨 제도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변호사법에 사법시험은 2017년을 끝으로 폐지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로스쿨 출신 대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며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로스쿨 출신 대의원들은 '로스쿨이 일부 부유층과 특권층만을 위한 제도'이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지게 된다'는 변협 집행부의 주장에 반박했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정원의 5-10%에 해당하는 인원을 특별전형에 배정함으로써 제도적으로 취약계층을 배려하고 있는데도 집행부는 로스쿨 제도가 차별적인 제도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사법시험 제도는 '국민의 혈세가 소모되는 고비용 법조인 양성 제도'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법원에 책정된 사법연수원 1년 운영 예산은 사법연수원생 정원이 예전의 절반으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50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전적으로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이어 "개별 사법연수원생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험 준비 비용과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제도의 소모비용은 2배 이상 증가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대의원들은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법조계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쿨은 지역균형인재 선발 등을 통해 각 지역 출신을 입학생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그 결과 로스쿨의 입학생은 사법시험 합격자보다 광범위한 대학, 학과, 지역, 비법학사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협 집행부는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단순히 대학 졸업이 입학 요건이라는 사실만으로 로스쿨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의원들은 "변협의 사시 존치 주장은 로스쿨 출신 회원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기존 회원들의 의견 조차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이를통해 변협 집행부는 마치 사법시험 존치가 변협 전체 회원의 입장인 것처럼 왜곡했다"고 변협 집행부를 비판했다.

무엇보다 사시존치 주장은 기존의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최익구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시험은 페지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집행부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제도는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처음으로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가 노무현 정부들어 본격 추진됐다. 2004년 10월 정부와 대법원이 공동으로 구성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기존의 사법고시 제도를 폐지하고 법조인을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선발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법조계는 물론 기존 법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심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2005년 국회에 법안이 제출된 후에도 여러차례 우여곡절끝에 2007년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후 지난 7년 동안 로스쿨, 법무부, 대법원, 정부, 법조계 등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호협력을 통해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한변협 집행부가 사시존치를 주장하며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집행부의 태도는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장승주 기자 5425@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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