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람들) ‘고양퀸즈여성합창단’

2015-07-03 16:51:49 게재

“합창 통한 성장과 나눔으로 행복을 노래합니다!”

독창도 아름답지만 합창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음들이 하나로 어우러지고 한 음 한 음 부르는 이의 마음이 모아져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합창으로 하나 되고 한마음으로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이들, 바로 ‘고양퀸즈여성합창단’이다.



일산3동 여성합창단에서 일산3동 노래 나누미로 봉사 시작
화요일 오전, 주엽동에 있는 델라루체 연습실로 손에 악보를 든 여성들이 삼삼오오 들어선다.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이들은 바로 고양퀸즈여성합창단 단원들. 매주 화요일 음악으로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고양퀸즈여성합창단의 시작은 2012년 고양시 마을 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문화사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일산3동 여성합창단부터다.
일산3동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인근에 사는 19명의 주부들이 모인 합창단은 사업이 끝나는 시점인 2012년 말 해체 위기를 맞았다. “이미 8명의 인원이 그만둔 상황이었고 사업은 끝이 났지만 11명의 단원들은 합창단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산3동 노래 나누미’로 이름을 바꾸고 재창단을 했습니다. 합창단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댔죠. 이름을 짓고 생각한 것은 ‘인근에 있는 한국경진학교에 봉사를 가면 어떨까’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고 저희의 뜻을 전했죠. 교장선생님의 제의로 경진학교 학생들 합창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서화정 대표의 말이다.
그 후 ‘장애인 합창단 만들기’로 공동체 사업을 신청하고 예산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합창단은 다시 연습과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단다. 우선 팀을 나누어 돌아가며 경진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대상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로 꾸려진 반 아이들.
서 대표는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라 쉽진 않았지만 아이들을 붙들고 1;1로 발성연습을 시키고 리듬을 익히게 했습니다”라고 말하며 홀트학교 합창단을 방문해 벤치마킹도 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눈물 나고 힘든 상황이 많았지만 모두 ‘어머니의 마음’으로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드디어 2013년 11월 제1회 경진학교 합창단 공연이 열렸고 주위의 염려와 걱정을 무색케 할 만큼 멋진 공연을 선보였단다.
“여태껏 많은 공연을 했지만 경진학교 아이들과 함께 한 첫 공연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잘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고 뿌듯했죠. 그날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객석에서 공연을 보시던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로 같이 울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경진학교 합창부가 방과후수업으로 지정돼 일주일에 2번 수업을 한다. 수업시간은 연말에 있을 공연을 목표로 4~5곡을 연습시키면서 여러 장르의 노래들도 같이 접할 수 있게 진행한단다. 또 해마다 암센터와 명지병원, 일산3동 마을 축제 공연도 빠지지 않는다. 

 

2015 고양퀸즈여성합창단으로 다시 태어나다

2015년 합창단에 새 바람이 불었다. ‘고양퀸즈여성합창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휘자 선생님도 새로 모셨다. “일산3동 노래 나누미라고 하니 어떤 지역에 국한되는 느낌도 들고 ‘고양시 전체에서 인정받는 합창단이 되자’는 소망을 담아 이름을 바꿨죠. 그 후 단원들이 늘어나 지금은 40명 정도 됩니다.” (서화정 대표)
고양퀸즈여성합창단으로 이름을 바꾼 올해 상반기, 합창단은 여느 때 보다 더 활발한 공연을 했다. 3월에는 음악협회에서 주최한 중국 텐진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합창 코러스로, 시립합창단 초청 세월호 추모공연, 4월 경진학교 장애인의 날 행사 그리고 최근 5월 30~31일 열린 고양시 전체 13개 합창단들이 매년 모이는 합창 페스티벌까지. 특히 장애인의 날 행사 공연에서는 공연 전체의 기획을 맡아서 진행했다. 모두들 너무 정신없이 바빴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합창단 단원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주부부터 직장 맘까지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다 다르다. 또 합창단은 단원들의 월 회비로 운영되다보니 늘 빠듯한 살림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서 계속 노래할 수 있는 것은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서로 나누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노래를 잘하진 못해도 악보를 잘 볼 줄 몰라도 서로 이끌어주며 배우기 때문에 즐겁게 합창하고 공연도 하며 봉사할 수 있단다. 또 지휘자 선생님의 세심한 가르침도 큰 힘과 자극이 된다고. 요즘 고양퀸즈여성합창단은 하반기 공연을 위해 ‘카르멘’을 열심히 연습 중이다. 힘찬 카르멘의 합창에서 그들의 행복 에너지와 열정이 느껴진다.
문의 010-6560-0627  

Mini Interview
홍영일 지휘자

“다양한 연령대,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합창단의 강점이죠. 음악은 즐겁고 행복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즈, 뮤지컬,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도록 이끈다면 음악을 통해 단원들이 더 행복해지고 결속력을 지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화정 대표

“저희에게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여자·주부라는 공감대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합창이라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공연 한 번에 1시간 30분 넘게 10곡 정도를 외워서 불러야 하니까요, 노래와 합창을 사랑하는 마음이 큰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모이면 모든 대화의 중심도 다 공연과 합창곡들에 대한 것입니다.”

진윤숙 소프라노 파트장

“창단 때부터 활동하고 있는데 무대에 서면 뿌듯하고 자부심도 생기지요. 작년에는 아이 둘을 대학 보내느라 아무 생각 없이 연습만 하면서 지냈는데 2015년 모두 대학 보내고 52년 만에 인생의 황금기가 왔습니다. 올해는 정말 열심히 재밌게 하고 싶어요. 연말 공연을 위해 노래도 열심히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고 있지요.(웃음).” 

김성연 총무

“가정주부로 평범하게 살다가 합창단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지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좋아요. 또 봉사라는 뜻깊은 일을 같이 하면서 하나가 되는 느낌도 좋고요. 관심 대상이 주로 가족들이었는데 저만의 세계를 갖게 됐고 공연을 하면서 저의 새로운 모습과 끼를 발견하게 되었죠.”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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