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열대야, 지혜롭게 이겨내는 방법

2015-08-06 08:41:31 게재

체조부터 영화, 인문학 강좌까지 더위 피해 야간행사 이어져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한 낮에는 뜨거운 햇볕이 지치게 만들고 밤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잠들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열대야로 인한 수면의 변화는 장기적인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잠 못 드는 열대야 지혜롭게 대처할 방법은 없을까? 열대야를 이기는 한 여름밤의 야간 행사를 알아보았다.

 
(안양야간)

안양시, 인문학 야간강좌와 체조교실
지난달 29일 동안평생교육센터 3층 강당에서는 안양시에서 마련한 인문학 야간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후7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의 강좌는 명지대학교 사학과 한명기 교수가 역사적으로 본 한일관계사와 임진왜란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선조와 이순신 장군 그리고 의병대장 권율 장군 등 세 사람을 중심으로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소개한 한 교수의 열띤 강의에 시민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수영(45·평안동)씨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사극 징비록을 시청하면서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안양시에서 이렇게 무료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어 참가하게 되었다”며 “요즘같이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야간에 진행하는 강좌가 오히려 참석률을 높일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인문학 강좌에서 알게 된 역사적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안양시의 인문학 야간강좌는 오는 8월 11일 성균관대 유학 동양학부 이기동 교수가 삶이 행복해지려면을 비롯해 8월 18일 진리란 무엇인가, 8월 25일 어떻게 진리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동안평생교육센터에서 열린다.
무더운 여름 밤, 안양 중앙공원에 가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체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 즐겁게 체조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맺혀있는데 하나같이 열심이다. 남편과 함께 야간체조교실에 참가한다는 이은미(51·범계동) 씨는 “처음에는 동작을 따라 하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몸 따로 음악 따로 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음악에 맞춰 신나게 운동을 할 수 있다”며 “요즘 같은 열대야에는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든데 운동을 하고 나면 잠이 잘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후8시부터 9시까지 1시간동안 이어지는 야간체조교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금요일까지 오는 10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중앙공원을 비롯해 삼덕공원, 박석교 농구장, 안양아트센터 야외무대, 쌍개울 고수부지, 안양종합운동장 등에서 펼쳐지는 야간체조교실에서는 건강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체조, 에어로빅 등을 배울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열리지 않는다.
안양예술공원에서는 썸머나이트 투어가 진행된다. APAP 야간 작품해설 프로그램인 썸머나이트 투어는 8월 1일부터 29일까지 매주 수, 금, 토요일 오후8시30분에 시작되는데 안양예술공원에 설치된 세계적인 작가들의 공공예술 작품을 야간에 감상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이다. 한 낮의 무더위를 피해 해가 지고 난 후 숲 속의 작품을 관람하는 이 프로그램은 안양파빌리온에서 시작된다. 관람시간은 약90분이고 관람요금은 1000원이다.
 


(군포야간(사진제공 군포시청, 누리천문대))

군포시, 누리천문대 야간천체관측과 별빛 영화산책
한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하늘을 쳐다보고 있자면,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별이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에 놀러간 시골 할머니 댁의 추억도 떠오르고,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도 나지막이 읊조려 보게 된다. 이렇게 감성을 톡톡 건드려주는 별에 대해 올 여름에는 색다른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바로 ‘누리천문대 야간천체관측’으로.
어떻게 별이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 숫자는 얼마나 무한한지 기초 지식도 다지고,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행성들의 크기와 특징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그 동안 책과 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달과 행성, 은하, 성운 등 천체의 실제 모습을 천체망원경으로 직접 관찰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덤으로 계절별 별자리와 북극성의 위치도 찾아볼 수 있다. 기상 상황이 뒷받침되어야 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붙긴 하지만 돔 형태로 지어진 천체관측실의 지붕이 회전하고 열리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누리천문대 야간천체관측은 전화(031-501-7100)예약만 가능하고, 예약가능일은 홈페이지(http://www.gunpolib.or.kr/nuri)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군포시 뿐 아니라 인근 지역 거주민도 참여가 가능하다. 천문학 강의 후 관측실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가족단위 참여가 유리하다.
길고 긴 한낮의 태양이 저물 때 쯤 수리산 자락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철쭉동산에 스며들기 시작하고,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 아빠의 발걸음도 하나 둘 이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둠이 짙어져 가면 주변의 아파트 단지와 철쭉동산이 가림 막으로 변신하면서 야외 영화가 상영된다. 모두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신나게 웃고 아찔한 상황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야외라는 장소가 주는 매력 때문인지 영화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표정에 행복과 묘한 여운이 남겨진다. 작년에도 야외 영화제를 찾아다는 강미숙씨는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데 집 근처에서 야외에서 무료로 영화를 보는 것은 부담도 없고 기분 전환하기에도 좋다”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서 꼭 챙기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군포시의 야외 무료 영화제 ‘한여름 밤 별빛 영화 산책’은 8월 15일까지 매주 금, 토, 일 오후 8시에 진행되며, 인디아나 존스, 로마의 휴일, 과속스캔들, 몬스터대학교, 겨울왕국 등의 영화를 상영한다. 장소는 요일에 따라 달라져 금요일은 수리동 철쭉동산, 토요일은 군포2동 물놀이장(잔디축구장), 일요일은 금정동 금정제일공원이다. 야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우천 시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군포시 홈페이지(www.gunpo.go.kr)를 통해 행사 진행여부와 변경사항 등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과천야간)

과천시, 동물원 야간 대탐험과 국립현대미술관 야간개장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는 바로 동물원이다. 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이 부담스럽다면 시원한 저녁에 동물원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는 다양한 여름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5 한여름 밤 동물원 대탐험’은 7월 31일부터 8월 22일까지 매주 금, 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동물원을 돌며 아프리카 사자와 하마, 아시아의 호랑이와 너구리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높은 인기로 조기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
동물원 여름방학 캠프 프로그램도 즐겁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캠핑 앳더 주'와 ’서울주블리츠 캠프’, ‘꼬맹이파자마파티’ 등의 다양한 1박 2일 동물원 대탐험 캠프를 운영할 예정이다. 8월 주말에 운영되는 각각의 캠프는 토요일 오후에 시작되어 다음 날 아침까지 진행되며 밤에 캠프장과 동물원 곳곳을 탐방한다. 특히 ‘야생동물의 비밀 알아보기’, ‘별빛 동물원 축제’, ‘멸종위기 야생동물 이야기’, ‘캠프파이어와 레크리에이션’, ‘동물 파자마 콘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참가자에게는 텐트와 식사, 저녁 간식 등이 제공된다. 모든 캠프는 부모 동반이며 유치부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면 가족단위로 참가할 수 있다. 참가비는 1인당 약 4만 원이며 모든 프로그램은 선착순 접수.
국립현대미술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특히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기획전시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황용엽 : 인간의 길’, ‘아키토피아의 실험’, ‘사물의 소리를 듣다,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물질성’ 등이다. 특히 ‘황용엽 : 인간의 길’은 한국 현대 미술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전시이다. 황용엽 작가의 다양한 작품과 깊은 예술 세계를 감상할 좋은 기회이다.
‘아키토피아의 실험’은 더 나은 곳을 꿈꾸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통해 세운상가, 파주 출판 도시, 헤이리 아트 밸리 등의 장소를 재 탐색해보는 전시이다. 건축가, 사진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등의 각기 다른 분야의 개성 있는 작가들의 특정 시점에서 드러난 유토피아의 흔적을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자녀들과 늦은 저녁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한 이정희 (45·귀인동)씨는 “아이들에게 미술품을 보여주려고 방문했다”며 “직접 와보니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좋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미술관 뜰도 운치 있다”고 말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는 물론 가족 저녁 나들이 공간으로도 적극 추천한다. 문화가 있는 날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도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의왕야간)

의왕시, 신바람 체조교실
의왕시 보건소는 생활주변 운동 환경 분위기 조성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도모하고자 의왕시생활체육회와 연계해 ‘신바람 체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신바람 체조교실은 오전과 야간으로 나눠 의왕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중 고천체육공원과 오전초등학교, 문학공원, 학의천 둔치에서 야간 체조교실이 열리는 중. 고천체육공원의 경우 오후 8시부터, 나머지는 오후 7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체조교실은 의왕시생활체육회의 전문 강사가 나서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과 에어로빅 등을 진행하다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삶의 활력까지 느낄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 또한 직장인과 주부, 학생, 어르신 등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따라 하기 쉬운 동작 위주로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절해 운동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무더위로 인한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더위를 이기기 위해 야간운동을 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참가자들은 신나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더위를 잊는 것은 물론 다이어트와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입을 모은다. 신바람체조교실은 오는 10월까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운영될 예정이다. 단, 비가 오거나 기상이 좋지 않은 날에는 열리지 않는다.

배경미 김경미 주윤미 이재윤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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