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현 용산구청장 회갑에 딸 얻은 사연

2015-09-10 10:52:34 게재

베트남 퀴논 출신 4명

'친한파' 양성지원 인연

올해 회갑을 맞은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이 느지막이 딸 넷을 얻어 화제다. 딸들은 모두 용산구 자매도시인 베트남 빈딩성 퀴논시 출신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베트남 출신 네 딸을 집무실에 초청,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버 티 홍 프엉씨, 팜 휜 이콴씨, 성 구청장, 김 하안씨, 부이 티 리 리씨. 사진 용산구 제공


베트남 딸을 처음 만난 건 2011년 3월 부이 티 리 리(23)가 숙명여대 행정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다. 한해 전부터 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시켜 두 나라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준비해온 터다. 1996년 구의원으로, 1999년 구청장으로 퀴논을 방문했던 성장현 구청장이 당시 통역사가 북한 말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 민선 5기 취임 직후 '자매도시 우수학생 유학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숙명여대와 협의를 거쳐 퀴논에서 우수학생을 추천하면 면접구술시험과 한국어능력시험을 거친 뒤 입학하도록 했다. 학위과정 동안 입학금과 등록금은 물론 기숙사까지 지원한다. 다만 매년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유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역 상공인과 기업에서도 힘을 보태 매달 30만~50만원 가량 생활비를 지원한다.

퀴논대 지리학과 졸업생 부이 티 리 리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호치민국립대 관광학과 출신 팜 휜 이콴(22)이 숙명여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2013년에는 퀴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퀴논시 경제부에서 근무 중인 버 티 홍 프엉(32)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지난 8월 말 레퀴돈 영재학교를 갓 졸업한 막내딸 위엔 김 하안(18)이 경제학과 입학을 목표로 입국, 어학연수 중이다. 성장현 구청장은 낯선 타국에서 혼자 학창시절을 보낼 유학생들을 딸이라 부르고 아버지를 자처한다.

월남전때 맹호부대가 주둔, 민간인 학살 등 역사적 상처를 안고 있는 퀴논시와 용산구가 자매결연을 맺은 건 1997년이지만 딸들을 보내고 맞은 이후 두 도시는 한층 끈끈해졌다. 2011년 성 구청장이 퀴논을 방문하면서는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전달했고 2013년에는 저소득 가정과 라이따이한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백내장 치료기기 지원과 기술 전수 사업을 진행했다.

구는 행정 의료 경제 분야와 함께 문화·예술 분야까지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딸들이 학업을 마치고 퀴논으로 돌아가면 그간 교류성과에 더해 도시간 관계가 한층 돈독해질 전망이다. 홍 프엉씨는 "유학생활을 끝내고 돌아가면 베트남 특히 퀴논시 발전에 공헌하겠다"며 "비록 큰 역할이 아니더라도 세상이 좋아지도록 한국에서 배운 것을 실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아픔의 나라가 아니라 형제의 나라로 기억되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용산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국을 이해하고 돌아갈 이들이 두 도시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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