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미쳐야 사는 남자

정신질환자로부터 배우는 삶

2015-09-25 09:13:24 게재
페터 토이셸 지음 / 이미옥 옮김 /위즈덤하우스 / 1만5000원

미쳐야 사는 남자. 이 책은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독일의 페터 토이셀이 자신을 찾은 7명 환자들에 대한 임상 내용을 담은 소설 형식의 기록물이다.

얼룩말 복장을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 노인, 남편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여자, 아내가 떠나자 잡동사니로 상실감을 채우려는 중년 남성, 세속적인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녀 등 저자 자신이 만난 가장 특별한 환자들을 소개했다.

저자는 30여년 동안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상담했고 치유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환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광기라면 이를 꼭 치료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후 진단과 물질적 처방만 치료의 모든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눈에 보이는 증상보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고 손을 잡아주는 행위 자체가 진정한 치료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7명의 환자는 연극성 인격장애, 감응성 정신병, 쾌락불감증 등 다양한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이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해결하는 일이 커다란 난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이 그 어떤 고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목격한다.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약, 심리치료가 아니라 바로 살아야겠다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였다.

삶에 대한 그들의 치열하고도 숭고한 투쟁의 모습은 정신과의사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인 저자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 준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특별한 기록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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