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분식혐의 1·2차 소송' 참여자 168명에 그쳐

'대마불사' 4조원 지원에 소송 꺼려

2015-11-17 10:58:59 게재

소액투자자들 주가상승 막연한 기대 … "금감원 감리와 별개로 분식 입증"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 49명이 회사의 분식회계혐의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16일 청구했다. 지난 9월에 이은 두 번째 소송이며 1차 소송을 낸 119명과 함께 모두 168명이 소송인단을 구성하게 됐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내년 7월까지 소액 주주들을 더 모집해 추가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액투자자 중 소송 참여는 극히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다른 분식회계 사건과 비교할 때 수조원대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2000년 대우전자 분식회계 사건의 경우 15년 전이지만 360명이 소송에 참여했고 지난 2013년 LIG건설 CP 사건은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피해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204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서는 차량 구매자 2000명이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소송에는 왜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는 것일까.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어 투자자 상당수가 주가상승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투자자 상당수는 법원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하지만 주식을 매도해 피해를 현실화시키기 데는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이 대규모 부실을 밝힌 지난 6월말 이후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만4000원대에서 최근 6000원대로 하락했다. 소액투자자들로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법원이 분식회계를 인정하면 이들은 일정 비율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다면 아직 피해가 현실화된 것이 아니다. 주가가 다시 1만4000원 이상으로 회복하면 실제로 입은 피해가 없기 때문에 소송을 해도 배상을 받을 수 없다.

김주영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투자자 상당수가 장기간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계 세계 1위 기업이고 정부가 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의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은행이 4조2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금융감독원이 시중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 등이 이러한 믿음을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분식행위일로부터 3년 이내, 분식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주가가 곤두박질 칠 경우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은 1년후 분식회계에 따른 피해를 배상받을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법원의 회생절차과 기업회생촉진법(워크아웃) 절차도 포기한 기형적인 방안"이라며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경우 금융위원회가 보유 중인 주식이 감자 조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손실확정과 관련자 문책을 회피하려고 한 때문은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정부가 다른 기업처럼 추가 자금 지원을 전제로 워크아웃 결정을 내리고 감자를 했다면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것이어서 손해배상청구 움직임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이 부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들이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산업은행과 금융위가 손을 떼고 법원의 관리하에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법인 한누리는 대우조선해양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거보전신청을 통해 분식회계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누리는 지난달 GS건설의 분식회계혐의 소송에서 'GS건설측이 6개의 해외플랜트공사들과 관련된 일체의 문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증거보전결정'을 이끌어 냈다. 한누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혐의 대한 감리에 착수해도 2년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금감원 감리와 별개로 소송을 통해 분식회계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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