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LS·DLS 시장의 투자자 보호 제고 방안

2015-12-03 11:20:21 게재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면서 예금보다 기대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 위험이 낮은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LS·DLS는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을 대표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해왔다. 2007년 ELS·DLS 발행잔액은 18조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10월 말 98조원으로 약 450% 증가했다. 반면, 과거 간접투자상품을 대표했던 주식형 펀드는 2007년 136조원에서 2015년 10월 말 76조원으로 약 45% 감소했다.

ELS·DLS가 빠르게 성장한 데에는 예금보다 높은 확정금리 수익률을 제시한 데 있다. 중도상환 조건이 제시돼 있어 실질 만기가 짧았던 점 역시 ELS·DLS가 빠르게 성장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문제는 일부 투자자들의 손실로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위험 비교공시 플랫폼 도입해야

최근에는 HSCEI 연계 ELS의 쏠림 현상까지 관찰되며 시스템리스크 확대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ELS·DLS 시장이 100조원을 넘지 않도록 총량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ELS·DLS 시장의 총량 규제는 옳지 않다. ELS·DLS 발행잔액 증가로 발행회사의 건전성과 유동성 위험 수준이 임계 수준을 넘는다고 판단하면 그때 건전성 규제와 유동성 규제 조치를 엄격히 시행하는 것이 옳다.

대신, 투자자 보호가 다소 미흡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ELS·DLS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ELS·DLS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가 다소 미흡했던 점들은 무엇일까? 첫째, 복잡한 수익구조로 인해 판매자 역시 ELS·DLS의 객관적인 위험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는데 있다. 동일한 기초지수를 사용해도 기초지수의 가격, 변동성, 녹인(Knock-In) 레벨, 기초지수들 간 상관관계 등에 따라 ELS·DLS의 위험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판매시점에는 위험이 낮았지만 기초지수가 하락함에 따라 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 따라서 ELS·DLS의 위험을 알기 쉽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위험 비교공시 플랫폼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판매시점 뿐 아니라 판매 이후에도 해당 ELS·DLS의 위험 수준을 투자자에게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등 사후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판매자는 투자자에게 마진이 높은 ELS·DLS 위주로 권유할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손실 위험이 클수록 마진이 높다는데 있다. 물론, 금융투자상품은 기대수익이 높을수록 위험도 크고 마진도 비례해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ELS·DLS의 경우 마진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으며 수익은 제한돼 있는 반면 손실은 제한이 없다.

즉, ELS·DLS 판매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손실 위험이 큰 상품 위주로 권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상충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판매자는 투자자가 거두는 성과에 비례해 보수를 받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행회사 별로 과거 판매했던 ELS·DLS의 성과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영국 RDR(Retail Distribution Review)과 호주의 FOFA(Future of Financial Advice)처럼, 보수 체계를 커미션 기초(Commission-based)에서 자문 기초(Fee-based)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과 공개·판매 보수 체계 개선도

마지막으로, 위험 감내 수준이 낮은 투자자에게 손실 위험이 높은 ELS·DLS를 판매한 경우가 많았다. 손실 발생 확률이 낮다고 해서 위험 감내 수준이 낮은 투자자들에게 손실 금액이 큰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실제, 원금비보장형 ELS·DLS는 10번 중 9번은 8% 내외의 높은 수익을 주었지만 10번 중 1번은 30~40% 내외의 큰 손해를 주었다.

물론 위험 없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다. ELS·DLS가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확률은 낮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꼬리 위험(Tail-Risk)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꼬리 위험을 가진 상품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해당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꼬리 위험을 가진 상품이 매력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상품에 대해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시 강화 및 불완전판매 근절 등 투자자 보호 제고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위험 비교공시 플랫폼 도입, 성과 공개 및 판매 보수 체계 개선, 적합성의 원칙 강화 등을 통해 ELS·DLS 시장에서 다소 미흡했던 투자자 보호 문제점들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