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17조 흑자인데 입원비 인상

2015-12-16 10:52:49 게재

직장인 건보료 평균 9만5천원으로 올려 … 보건단체 "의료복지 확대에 쓰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이 17조원이 쌓여 있음에도 입원비 인상을 단행했다. 건보료도 다음 달부터 오른다. 보건의료단체들은 "흑자로 쌓여 있는 건보재정을 의료복지 확대에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15일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바꿨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률을 현재 6.07%에서 다음달(2016년 1월)부터 6.12%로,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건보료 부과 점수당 금액을 178원에서 179.6원으로 올렸다. 이로써 직장가입자의 경우 평균 9만5387원, 지역가입자의 경우 평균 8만4723원으로 보험료가 올라가게 됐다.

또 기존 입원일 수에 상관없이 전체 입원료의 20%였던 본인 부담률이 내년 7월부터 입원한 지 16일부터 30일까지는 25%, 31일 이후에는 30%로 인상된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이겠다는 이유를 달았다.

이와 관련해 보건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흑자 와중에도 정부가 계속해 의료복지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국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아 쌓인 보험료 흑자가 올해까지 17조원에 이르렀다"며 "정부는 의료비 인상이 아닌, 흑자액을 이용해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본부도 "입원료 본인부담금은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며 "법정본인부담금은 4대 중증질환부터 인하해 모든 질환으로 확산하는 게 방향임에도 아직도 다른 질환의 본인부담금 인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제도와 달리 그해 걷어 그해 쓰는 것이 원칙인 건강보험 재정관리 원칙상 당장 국민들의 의료비부담을 줄여라는 요구들이다.

한편 장기적으로 건보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환자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지원 20%를 확실히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법 상 정부는 해마다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건보 재정의 14%정도를 일반예산에서, 나머지 6%에 상당하는 금액은 담뱃세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법정지원금을 모두 지급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건보료예상수입액을 낮게 책정해 국고지원금을 낮춰 16-17%정도만 지원했다. 그 결과 정부는 최근 3년간 1조7663억원의 국고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것마저 한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수시로 밝혔다. 기재부는 건보재정 부담은 건보서비스 이용자(국민)가 부담하는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정부의 입장대로라면 건보재정부담은 건보가입자인 국민의 건보료 인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적절한 건보보장성 확대를 위해 국민의 부담을 일부 늘리는 것은 합당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채 오로지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반복지적 정책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의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가가 항시적이고 안정적으로 건보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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