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문화예술공간 운영하는 강 혁 작가

문화예술 가치와 감흥 전하는 젊은 예술가

2015-12-25 22:59:18 게재

그림 작업 외에 다양한 전시 기획, 사회와 소통도 활발

어려서부터 꿈꿔오던 일을 직업삼아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런 점에서 보면 강 혁(37) 작가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미술장이의 길을 선택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담는 작업을 한다. 세속적 잣대로 보면 부(富)와 재물과는 동떨어진 삶이지만 문화예술의 감흥을 전하는 의미 있는 작업에 푹 빠져있다.


 

고향에 문화 밑거름 만들고자 귀향
강 혁은 세종시 대평동 출신이다. 서울에서 어떻게 살아갈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다 2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간 배우고 익힌 것들을 고향에서 펼쳐 보이고 싶었어요. 서울에 비하면 문화적인 혜택이 적은 대전에서 문화적인 토양을 만들자는 생각이었죠. 시내중심권이 아닌 대전의 끝자락인 반석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유에요. 시너지효과를 내서 인근에 있는 세종시와 문화예술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의 작업실이자 문화예술공간인 일리아 갤러리가 2014년 3월 반석동 중심상권에 자리 잡은 배경이다.
개관이후 일리아는 간판에 적힌 그대로 문화예술 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18번의 전시, 8번의 공연을 열었다. 단순한 전시를 뛰어넘어 국악, 플루트, 성악, 재즈 등 음악장르와 미술을 결합해 친근하고 흥겨운 자리로 꾸몄다. 시낭독회, 와인과 함께하는 전시도 있었다. 모든 전시와 공연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했다.

포기할 수 없었던 미술가의 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미술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한 그는 돌고 돌아 지금에 이르렀다.
“어려서부터 그림은 제 친구였어요. 미대에 진짜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공대를 선택했었어요. 건축학과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공대 출신 아버지의 말을 믿고 건축학과로 갔죠. 그런데 자를 대고 반듯반듯하게 건축물 위주로 그리는 그림이 영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결국 1년 다니다 자퇴하고 말았죠.”
‘무슨 일이 있어도 미술을 하겠다’는 생각에 학교부터 그만둔 후 겨우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치 않았던 군대 영장이 나왔다. 결국 공군으로 입대한 그는 수능 준비를 군대에서 하게 된다.
“공군은 복무기간이 길지만 진급하면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짬을 내서 공부하면 미대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상병 때부터 밤마다 EBS를 보면서 수능공부를 했어요.”
급기야 수능일에 맞춰 휴가를 나온 그는 군인 신분으로 수능을 본다. 결국 목원대 디자인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이 길도 원하던 공부가 아니었다. 순수미술에 심취해있던 그와 응용미술은 잘 맞지 않았던 것.
끼와 재능을 눈여겨 봐오던 지인의 조언을 듣고 이번에는 한예종 입학을 준비했다. 한예종은 예술가의 삶을 꿈꾸던 그에게 무궁무진한 놀이터였다. 연극원, 미술원, 음악원, 영상원 등과 한 가지 주제로 공동작업하고 특성을 살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미술원 학생회장까지 하면서 창작 작업에 몰두하고 사회활동에도 참여했다. 개성 있고 아이디어 넘치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이다.

나약한 현대인의 형상을 그림으로 보여줘
그의 그림 속 소재는 인체 모형 ‘더미’다. 더미는 무표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비슷하다. 만년필로 세밀하게 그린 더미들은 하나하나 이야기를 담고 메시지를 전한다.
“진로를 고민하다 미국에 갔었는데 지인 집 앞에 서있는 나무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이 꼭 나 자신이자 나약한 인간의 모습 같았어요. 떨어진 나뭇잎은 거름이 돼 다시 싹을 틔우고…. 삶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더군요.”
나무를 인생사에 비유하고 산, 파도, 바위, 태양 등을 더해 작가 강 혁의 대표작 더미 산수화는 탄생했다. 사람들의 기쁨과 행복 등 삶의 모습과 변화무상한 자연의 이치를 표현했다.
올해 그의 활동반경은 넓어졌다.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개인전을 했고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발돼 이태리 밀라노에서 한 달간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내년에는 좀 다른 화풍으로 작업을 해볼 생각입니다. 아울러 세종시에 조형연구소를 마련해 조각 작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그림을 매개로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강 혁. 그로 인해 좀 더 풍요로워진 대전의 예술문화를 만날 수 있다. 일리아갤러리에서 28일까지 ‘송병집 개인전’이 열린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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