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항공기 탑승자 명단 유출

2016-01-05 11:09:23 게재

고객·대리점에 전체 탑승자 명단 이메일로 살포

특정 항공편 탑승권을 구입한 고객 명단이 통째로 유출됐다. 테러에 노출되기 쉬운 항공기 탑승자 명단이라는 점에서 행정자치부와 국토교통부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지난해 말 회사원 A씨는 연휴를 맞아 태국 여행 상품을 구입했다. A씨 이메일로 도착한 예매확인증에는 A씨 가족 뿐 아니라 해당 항공기 탑승자 전원(83명)의 명단이 담겨 있었다. A씨 외에 다른 고객들도 같은 메일을 받았다.

A씨가 받은 예매확인증 이메일을 재구성했다. 하나투어 본사에서 처음 발송된 이메일은 대리점 여러 경로를 거쳐 A씨에게 도착했다. 메일 수신처 중에는 하나투어 대리점 외에 일반 포털은 물론 대기업 이메일도 눈에 띈다.

A씨가 받은 예매확인증에는 탑승자 영문이름과 성별, 예매번호 등이 들어 있었다. 이 탑승자 명단은 하나투어 본사에서 대리점으로, 또 다른 소매 대리점등 여러 단계를 거쳐 A씨에게 전달됐다. 이 과정을 고려하면 개인 사생활 침해는 물론, 범죄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씨는 5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가족 외에 다른 승객들도 같은 메일을 받았다"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부 이름과 여행일정을 공개한 것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했다.

가족이나 단체 여행객의 경우 대표자에게 동행 여행객의 예매확인증이나 전자항공권을 일괄 발송하는 사례는 있지만 해당 항공기 탑승객 명단 전체를 탑승객에게 보내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기 탑승자 명단은 보안검색이 끝나면 바로 폐기할 정도로 예민한 정보"라면서 "이러한 정보가 제3자에게 무작위로 전달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행자부 전자정부국 관계자도 "각종 계약과 약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본인 동의없는 정보가 제 3자에게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러에 쉽게 노출되는 항공기 승객 명단이 항공사와 여행사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업무 편의상 벌어진 일"이라며 정보 유출을 시인했다. 다만 "일부 항공사가 예매확인증을 일괄 제공하고 여행사는 이를 수정·편집할 수 없다"며 "그대로 고객에 전달하던 업무처리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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