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들 저유가 조장 … 러시아 목죄는 도박 멈추라"

2016-01-21 11:23:47 게재

러시아 국영방송 "골드만삭스 등 원유선물·파생상품으로 석유시장 조작"

국제원유시장에서 벌어질 최악의 국제원유시장의 세력 판도는 크게 세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낮은 생산비용을 무기로 한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과 월가의 막대한 자본을 힘입은 미국 셰일석유업계, 그리고 미 에너지정보청(EIA) 기준 2013~2014년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러시아다. 미국, 중동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외신이나 국내 관련기관을 통해 접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과 속내를 국내에서 알기엔 상대적으로 어렵다.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원(1TV)이 현재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국제원유시장과 관련, 미국 월가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놨다. 러시아의 입장은 현재 치킨게임으로 흐르고 있는 국제적 석유전쟁은 러시아를 고사시키기 위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적 성격의 보도이긴 하지만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어 이를 정리했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셰일석유 광구 전경.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현재 광구를 놀리는 업체가 늘고 있다. 2014년 정점 대비 약 1/3 광구가 가동을 멈췄지만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920만배럴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예측이 빗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미국과 유럽의 모든 경제전문가들이 반복해서 하는 말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결성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곤경에 빠졌다. 오펙 회원국들은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올리는 것이 더 낫다고 느끼고 있다. 설령 미국 셰일석유업계를 도와주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국제유가가 손 써볼 도리도 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은 모두를 공멸의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21일 배럴당 27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오펙의 오일바스켓 가치는 배럴당 25달러까지 추락했다. 멕시코 국영석유기업인 '페멕스'는 배럴당 1달러의 손실을 보면서도 석유를 팔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캐나다 원유가격은 배럴당 15달러대로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리노이주의 한 셰일석유업체 사장의 말을 인용해 "석유산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바클레이스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비용 25%를 줄인 셰일석유업계가 올해는 20%를 더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유가 하락 추이는 지난해 9월 배럴당 50달러대부터 현재 27~28달러대까지 꾸준히 우하향하는 직선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원유시장에 어떤 모멘텀이 있었을까.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는 2016년 유가전망치를 배럴당 20달러로 크게 낮췄다. 골드만삭스 전망치에 따라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금융그룹 역시 올해 국제유가를 20달러대로 맞춰 예측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 움직임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사실 골드만삭스가 예고한 배럴당 20달러는 전망치가 아니다. 바로 목표치다. 전망은 정부부처나 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시장을 만드는 주체다. 국제원유시장은 이미 원자재시장이 아니다. 실제 원유를 공급하는 계약은 전체 시장에서 2% 비중밖에 안된다. 나머지 98%는 투기적인 선물과 파생상품, 주식거래로 이뤄져 있다. 원유선물가격은 수요공급 법칙에 따르지 않는다. 오직 소수 글로벌대형은행들의 '전망치'에 따를 뿐이다. 선물시장은 완벽하게 미국 대형은행들의 통제를 받는다. 다시 말하면 국제원유시장은 '예측'의 시장이다.

전망치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따라 움직이는 국제유가 시스템은 '국제유가가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 등 반복적으로 시장에 주문을 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국제유가 하락의 기본 원인인 미국 셰일석유 혁명이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석유생산량을 기존보다 50% 더 늘어나게 됐다. 가동중인 미국 셰일석유 광구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4년 정점과 비교하면 현재는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미국은 하루 920만배럴 수준의 안정적 생산량을 유지해왔다.

미국 셰일석유 생산이 가격을 초월해 이뤄지는 현상은 왜일까. 그건 바로 월가의 은행들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석유전쟁에 돈을 대는 전주는 바로 미국 은행들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셰일석유업체가 파산하지 않도록 든든히 받치고 있다. 셰일업체는 과잉공급 상황에도 계속 석유를 파내고 있다. 미국의 원유감산은 곧 글로벌 석유전쟁에서의 전면적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같은 치킨게임은 월가의 대형은행이라는 마법의 요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제유가 하락 초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이는 국제원유시장을 통제해왔던 오펙의 전통적 활동을 전면적으로 마비시킨 이례적인 조치였다. 그때부터 사우디 정부의 한마디 한마디 언급이 나올 때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1000억달러의 예산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사우디는 하루 40만배럴씩 생산을 줄여왔다. 사우디 총 생산량의 4%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런 상황인데도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달초 "우리는 고객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며 "어떤 것도 우리의 생산량을 제한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사우디의 뒤에 어떤 마법의 요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14일 골드만삭스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은 "국제유가 하락은 중국의 성장둔화와 이에 따른 수요감소 때문"이라며 "올해 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결국 이는 골드만삭스가 들고 있던 패를 보여준 셈이 됐다. 중국의 성장둔화가 유가하락의 원인이라면, 도대체 올 연말 국제유가의 반등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둔화하는 중국의 경제가 다시 반등한다는 말인가. 도박이 성공하려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바로 지금이 도박을 그만둬야 할 때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