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집단소송허가 잇단 결정

ELS피해자 집단배상 길 열리나

2016-02-15 11:08:04 게재

법원 '소송막는 남소방지조항' 엄격해석 … 본안소송 남아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최근 법원이 ELS피해에 대해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결정을 잇따라 내렸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이 인용결정을 내린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ELS) 289회'와 '한화스마트 주가연계증권(ELS) 10호' 사건은 투자자가 각각 494명과 437명 등 931명이다.

ELS운용사인 '도이치방크 아게'와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 모두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통해 이미 '허가 취지'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허가결정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운용사들은 증권집단소송법의 남소방지조항들을 제기하면서 신청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서울고법이 이를 모두 기각함으로써 남소방지조항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증권집단소송은 도입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단 한번도 본안소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이 남소방지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

도이치방크 시세조종 의혹 사건 =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ELS) 289회' 상품은 198억9000만원 규모로 발행됐고 투자자 494명이 매수했다. 해당 ELS상품은 만기평가 가격결정일인 2009년 8월26일을 앞두고 ELS를 구성하고 있는 KB금융의 주가의 등락에 따라 조건 성취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주당 5만4740원 이상이면 조건이 충족되는데 운용사인 도이치방크는 2009년 8월24~26일까지 3일간 KB금융 보통주 39만4000여주를 매도했다. 결국 종가는 5만4740원에 못미치는 5만4700원에 결정됐고 만기상환조건 충족이 무산됐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도이치방크가 도이치증권 영업부 계좌 등을 동원해 장중 직전가 대비 동일가격 또는 저가의 매도주문을 해 주가를 하향 안정화시킨 후 종가시간대에 대량의 시장가 매도주문으로 시세상승을 제한하는 등 시세조종 개연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도이치방크측은 "ELS 발행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주권상장법인이 아니고 집단소송법 3조2항이 증권의 발행주체를 주권상장법인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집단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ELS와 같은 증권 자체를 주권상장법인이 발행하지 않았더라도 기초자산을 주권상장법인이 발행한 경우에 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며 "주권상장법인이 발행한 증권의 매매 등 거래가 아닐지라도 부정거래행위가 주권상장법인의 매매 등 거래로 인한 것이면 집단소송법 3조2항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이 적합하고 효율적인 수단" = '한화스마트 주가연계증권(ELS) 10호' 상품은 68억7660만원 규모로 발행됐고 투자자는 437명이다. 해당 ELS상품은 포스코와 SK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구성돼 있고 두 종목의 종가가 상환기준가격 이상으로 결정되면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해당 ELS의 만기상환기준일인 2009년 4월 22일 SK보통주는 상환기준가격인 11만9625원 이상인 12만원에서 12만4000원 정도에 거래됐다. 하지만 운용사인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는 장 종료 무렵에 보유하고 있던 SK보통주를 대량 매도했고 그 결과 종가는 11만9000원으로 결정됐다. 투자자들은 만기상환금으로 투자금의 약 74.6%를 지급받았다. 25.4%의 손실을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집단소송법은 증권집단소송의 허가요건을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소송허가절차와 본안소송절차를 분리하고 있다"며 "소송허가절차는 그 소송이 집단소송이라는 특수한 절차로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절차로 본안소송에서 다뤄질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등은 심리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의 쟁점은 모든 구성원(투자자)에게 공통된다"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구성원 1인당 손해액이 약 745만원에 불과해 개별 소송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집단소송이 적합하고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고법 민사40부는 GS건설의 분식회계혐의와 관련한 증권집단소송에 대해 1심의 소송허가결정을 유지했다. GS건설측은 "해외 플랜트의 원가상승에 따른 손실은 2012년 재무제표에 반영될 사항이 아니다"며 "2013년 1월말경 산출한 해외 플랜트사업 부문의 추가손실 추정치 6000억원은 가정에 불과해 객관적인 신뢰성을 확보한 수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GS건설측 주장을 전부 배척했다.

박필서 변호사는 "수주산업의 불투명한 회계처리를 문제 삼으며 제기한 첫 집단소송에서 2심 법원 역시 소송허가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법원에서 소송허가결정이 유지되면 손실을 입은 1만명 가량의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절차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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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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