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표현의 자유 계속 억압"

2016-02-25 10:45:19 게재

국제 엠네스티, 세계인권상황 보고서 … "경찰, 불필요한 공권력 사용"

국내 집회결사의 자유 억압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가 한국 내 표현의 자유 억압을 지적했다.

국제엠네스티(AI·국제사면위원회)는 24일 발표한 2015년 세계인권상황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에서 표현·결사·평화적 집회의 자유가 여전히 억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찰이 세월호 참사 추모 행진 관련해 불필요하게 공권력을 사용하는가 하면, 경찰의 물대포로 시위대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며 '백남기 농민 사태'를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 억압사례로 지목된 것은 지난해 1월 대법원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및 징역 등을 확정한 점, 앞서 2014년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민주기본질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산한 점이다.

AI는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 등을 주장하는 개인을 위협하고 감옥에 가두는 데 쓰이고 있다"면서 "한국정부는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를 정치인, 외국인 등에까지 넓혔다"고 밝혔다.

집회·결사의 자유 역시 제한되고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아닌 정부의 손을 들어준 부분이다.

이주민 노동자의 노조 등록이 지연된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이주민 노동자들의 노조인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조(이주노조)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주노조가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2005년 6월 이후 10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던 8년간 국내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적으로는 AI와 국제노총이 나서 빠른 판결을 촉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동안 이주노조를 설립했던 위원장들과 간부들은 모두 강제추방 당했다. 그나마 서울노동청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노조 규약 등의 수정을 요구하며 설립신고 필증을 교부하지 않고 2개월 동안 끌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어진 추모집회에서 나타난 경찰의 행태 역시 지적됐다. AI는 "경찰이 세월호 참사 1주년 집회 당시 경찰은 거리행진을 막았고 불필요한 공권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고 봤다. 이주 농업 노동자들은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추방 위협과 폭력을 당하는 등 '착취를 위한 인신매매'를 당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 거부과 관련해선 하급심에서는 이를 인정하는 호의적 판결들이 나왔다고 보고했다.

한편, AI는 보고서 서문에서 2015년 전 세계 인권상황이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각국이 단기적인 자국 이익을 추구해 인권이 더욱 위태로워졌으며 안보를 이유로 한 가혹한 탄압으로 기본적 자유와 권리가 총체적 공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AI는 무엇보다 2차대전 이래 최대규모 난민이 발생한 상황을 '재난'으로 표현하면서 세계인권선언과 제네바협약 등의 난민 인권 규정에도 수많은 난민들이 취약하고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사릴 셰티 AI 사무총장은 "수백만명이 국가나 무장그룹에 의해 고통받고 있고, 정부는 부끄러움도 모른 채 안보와 법치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