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인도 "달러 없는 세계 가능하다"

2016-03-07 11:50:23 게재

▶ [ SCO(상하이협력기구)-EEU(유라시아경제공동체) 통합 추진 ] 에서 이어짐

리카초프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의 제안에 대한 화답 형식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7월 10일 러시아 우파에서 열린 SCO정상회의에서 "SCO와 EEU를 통합해 일대일로(실크로드 경제벨트)의 기본 발판으로 삼자"고 회원국에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러시아 우파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타지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몬,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알마즈벡 아남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사진 출처 상하이협력기구2015 홈페이지


리카초프 차관은 "통합공동체는 상품과 자본, 투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 달러가 아니라 각국 통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크게 늘림으로써 통합공동체의 안정적 발전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매체 러시아앤인디아리포트는 "이달 17일 예정된 SCO 경제장관 회의에서 통합안의 구체적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SCO와 EEU의 통합이 갖는 진정한 함의는 '달러패권 없는 세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 세계은행 경제분석가 피터 쾨니히는 지난 2일 러시아TV24와의 인터뷰에서 "SCO와 EEU 통합은 일대일로를 가속화할 강력한 발판이자 '미국 달러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프로젝트"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러시아TV24와 주고 받은 인터뷰 요지.

SCO와 EEU 통합 계획이 지난해말 미국 주도로 성사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비견될 만한 것인가.

SCO-EEU 통합공동체는 각 회원국을 동등한 입장에서 다루는 협약이다. 반면 TPP와 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협약이며 회원국들이 미국의 실제적 지배 아래 놓인 나라들이다. 따라서 SCO-EEU 통합공동체는 TPP, TTIP보다 훨씬 큰 중요성을 갖는다.

SCO-EEU 통합공동체가 일대일로와 연결되는 것에 대해 유럽, 특히 독일은 큰 관심을 보여왔고,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일대일로 계획의 서구 중심축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과 러시아 등 유라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독일의 미래는 서구가 아니라 유라시아에 달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끝내 공식적 답변을 할 수 없었다.

SCO-EEU 통합공동체는 어떤 종류의 협력사업을 목표로 하는가. 무역협정인가 아니면 다른 종류인가.

무역협정으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 목표는 동일한 지정학적 목표를 갖는 정치적 모임으로 진화할 것이다. SCO와 EEU 통합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미 달러패권의 약화다. 통합공동체는 무역결제를 각국 통화로 할 예정이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SCO 국가들의 무역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달러 결제 배제는 특히 석유거래에서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전통적으로 석유대금 결제에는 미 달러가 독점적으로 쓰였다. 수조달러의 석유달러는 미국이 독단적으로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등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이었다.

달러가 일단 중요성을 잃게 되면 기축통화로서의 위상도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현재진행중인 일이기도 하다. 15년 전 세계 무역거래의 80%를 달러가 차지했으나 현재는 60% 미만이다. 50%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하락세는 가속화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 구성 5대통화에 합류했다. 위안화는 점차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중요성을 더해갈 것이다.

SCO-EEU 통합공동체가 인도와 파키스탄 등 갈등하는 나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통합공동체는 무역뿐 아니라 정치적인 관계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 특정국이 주도하고 나머지 나라가 따라가는 형식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동일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거래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과정은 분쟁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자로 기능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하루 만에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협정은 분쟁해결 과정에 시동을 걸게 될 것이다.

새로운 협정은 동서양 경쟁을 의미하는가.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SCO-EEU 통합공동체는 '또 다른 경제·통화시스템이 가능함'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각국이 서로 동등하게 거래하는 것을 통해 무역의 가진 진짜 의미가 회복될 것이다. 거래와 교환을 통해 모든 참가국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TPP나 TTIP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주도 협약은 일방적으로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게 강제되는 형식이다.

SCO와 EEU 통합협약은 미국 패권주의로부터 자유를 얻길 원하는 나라들에게 진정한 대안이 될 것이다. 통합이 완료되면 회원국들은 전 세계 GDP의 1/3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같은 통합은 서구의 통화시스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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