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4·13 총선 | 여기가 승부처다 - 서울 관악갑

여야 총선특징 압축판, 국민의당 '녹색바람' 가늠자

2016-04-08 11:37:42 게재

서울 관악갑 선거가 4·13 총선의 축약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여당 지지층이 공천 파동으로 실망하고 야당 또한 분열한 복잡한 선거 상황이 선거판에 그대로 반영돼 있어서다.

2-30대의 비중이 인구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 진보정당도 유의미한 득표를 가져간다.

관악갑은 '서울의 광주'로 불릴 만큼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호남 출향민이 거주자의 40%를 넘게 차지한다. 숙명의 라이벌인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의 네번째 리턴매치로 관심이 집중됐다. 정의당 이동영 후보, 민중연합당 연시영 후보 등도 출사표를 던졌다.

관악갑에서는 38살의 신예 원영섭 후보가 새누리당 주자로 나왔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역의 강점을 안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후보는 녹색바람에 힘입어 막판 추격을 펼치고 있다. 사진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원영섭 "두 라이벌 리턴매치가 무슨 의미있나"= 7일 오후 원영섭 후보는 서울대 입구역 6번 출구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었다. 신호가 들어 오면 횡단보도 중간으로 달려가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시민들은 "빨간색인 거 보니 새누리당인 것 같은데 젊은 사람이 후보가 됐나 봐"라고 이야기 하며 지나갔다.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노인은 원 후보의 손을 잡고 "야당이 발목 잡아서 박근혜 대통령이 고생 하잖아. 관악도 이번엔 새누리 후보 당선 시켜야 돼"라고 말했다.

원영섭 새누리당 후보는 "관악의 먹거리를 고민하지 않고 분배 얘기만 일삼는 야당 정치인들 때문에 관악구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로 전락했다"며 "두 운동권 후보의 라이벌전이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 알 수 없다. 관악에도 이제는 젊음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후보의 핵심 슬로건은 "불평등이 대물림 되는 시대, 이대로 두고 보시겠습니까?" 이다.


유기홍 "접전지는 무슨, 판세 정리됐다"= 유 후보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호남발 국민의당 바람도 관악은 비켜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호남향우회가 유 후보 지지를 표명했고 그동안 쌓아 놓은 탄탄한 조직도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후보 측은 관악의 최대 현안인 관악 경전철 조기 완공이야말로 유 후보의 당선을 자신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애초 장승백이에서 끝날 것을 유 후보가 서울시와의 끈질긴 협의로 서울대 입구역까지 연장했다는 것이다. 유 후보 측은 현역의 장점을 살려 구체적인 관악 발전 마스터플랜도 내놨다. 관악을 동서로 나눠 동쪽에는 낙성대 벤처밸리를 구축, 일자리를 만들고 낙후된 서부권에는 상업문화지구를 만들어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유 후보는 "지지율 격차가 현격하게 나고 있지만 2017년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이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며 "선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성식 "관악에서 정치혁신 불꽃 피울 것"= 김성식 후보는 국민의당의 간판 주자다. 김 후보의 선거 결과가 국민의당 확장성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때문에 국민의당은 김 후보 당선을 위해 총력을 쏟아 붓고 있다. 7일 찾은 김 후보의 유세장에는 박지원 의원이 지원을 왔다. 장하성 교수도 이날 김 후보 지원에 나섰다. 전날엔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 그 전날엔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도 김 후보를 찾았다.

유세장에서 만난 50대 택시 기사 이모씨(52)는 "나도 호남 출신인데 이번엔 김성식이 될 것 같다"며 "고향 민심이 정해졌으니 서울에서도 3번으로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후보는 독특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김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 당선됐다. 새누리 표 일부가 그를 지지한다. 더민주 일색이던 지방의회 의원 일부도 그간 겪은 친노 패권 행태에 염증을 느낀다며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무엇보다 김 후보 측은 국민의당의 녹색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더민주 유 후보 측이 호남 표를 많이 가져간다고 하지만 호남에서 북상하는 녹색풍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야당 표 일부에 새누리 지지 일부를 더하고 거기에 국민의당이 일으키고 있는 제3당 바람이 가세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2, 3번간 2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막판 새누리 표가 사표 방지 심리로 김 후보 쪽으로 흩어져 몰려 올 수 있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젊은층 투표·녹색바람 '변수' = 관악갑 선거 결과의 두 가지 큰 변수는 젊은층의 투표 향배와 국민의당의 녹색 바람이다. 여론 조사에선 유기홍 후보가 10%가까운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선거 막판 바람은 무시 못할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 후보 측은 젊은층의 높은 투표 의지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층의 인구 구성 비율이 높은데다 투표 참여까지 높게 한다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란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선거 막판 투표장 결집도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공천 잡음 탓에 60대 이상 연령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관심이 집중된 지역인 만큼 판세를 좌우할 수도 있다. 원 후보 측은 평소 30%에 달하는 새누리 고정 지지층이 표심을 정하면 세 후보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진보정당 표의 분산 등이 작용해 5% 내외의 승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악구에서 30년을 거주했다는 박영출(63)씨는 "결국 관악갑 선거는 탄탄한 고정 지지층을 가진 세력이 승리를 거둘지 새롭게 형성된 '바람'이 판도를 바꿔 놓을지가 승부를 가를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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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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