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본위제 향해 주도면밀한 '진군'

2016-05-23 11:02:56 게재

프랑스 등과 IMF 특별인출권 확대 연합전선 … 러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와 실물금 확보전 나서

올해 선진 20개국 모임(G-20) 의장국인 중국은 3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특별회의를 개최했다. '난징II'로 불린 특별회의에서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는 주요 5개국 통화로 구성된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IMF SDR)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회의에 초대받은 이는 극소수였다. 주요 참가 인사는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와 영국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등이었으며, 이들은 저우 총재와 함께 세계금융구조의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주목할 점은 이 회의에 미국 고위급 인사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준비제도 연구원과 재무부 관료를 지낸 에드윈 트루먼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민간영역 결정을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국제통화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길 원한다"며 "프랑스 역시 국제통화 시스템의 개선에 찬성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고 특별회의를 평가했다. 트루먼은 IMF 분석에 탁월한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특별회의를 취재한 중국 매체 차이나유스데일리는 "저우샤오촨 총재가 세계 경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현재의 국제통화, 금융시스템은 구조적 전환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저우 총재는 G20 의장국인 중국의 목표가 SDR의 확대라는 점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략경제학자인 윌리엄 엥달은 "저우 총재의 언급은 얼핏 원론적인 언급으로 들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 뒤에 숨은 중국의 거대한 전략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등이 달러지배 시스템에 불만을 품는 이유는 미국이 타국의 부를 취하지만 이를 갚을 필요가 없는 데다, 빌린 돈으로 전 세계 각국을 상대로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미국 실물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지고 미 정부의 공적부채가 19조달러에 이르는 데도 여전히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의 64%는 달러자산이다.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은 중국이고 일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를 유지하는 한 미국은 거칠 것 없이 재정적자를 펴나갈 수 있다. 중국 등은 피땀 흘려 일군 부를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엥달은 "티베트와 홍콩,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IS, 중동 등에서 미국과 전략적·군사적 충돌을 빚는 중국과 러시아 등은 달러시스템을 이용하면 할수록 미국 전쟁비용의 젖줄이 되는 모순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달러패권, 중국 국익에 정면 배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달러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제반여건을 조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브릭스(BRICS) 신개발은행 설립, 러시아와의 위안화 결제시스템 도입 등이 대표적 프로젝트다. 모두 달러패권을 우회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영국 통화금융포럼(OMFIF) 총재이자 공동설립자인 데이빗 마쉬는 저우샤오촨 총재의 난징II 회의발언을 언급하며 "중국은 세계 금융질서의 심장인 IMF 내에 다극체제 통화시스템을 관철시키기 위해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최근 SDR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달러는 물론 SDR로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최종지향점이 SDR 통화바스켓 확산에만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국제통화시스템에 금본위제를 다시 도입하고자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희망하는 금본위제 역시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가 확립한 달러-금 태환 형태는 아니다. 당시 제도 아래서도 미국은 독단적 운영으로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결국 전 세계 각국의 금태환 요청이 빗발치자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1971년 달러-금 태환제를 일방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미국은 역사상 전무한 달러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낸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전 세계 달러유통량은 2500% 급증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는 3000% 폭증했다. 가치변동성이 극히 낮은 금과의 연동성을 깨자마자 달러 발행-유통의 제한이 완전히 풀린 셈이다. 전 세계가 달러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음은 물론이다.

엥달은 "1971년 이후 미 정부의 달러 창출은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황"이라며 "전 세계 각국이 달러로 석유와 곡물, 기타 원자재를 청산결제하는 한 미국은 무한정 수표를 발행할 마법의 능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은 2015년부터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중국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이 쥐고 있는 금선물 가격통제권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정부 주도의 금투자펀드를 출시했다. 펀드규모는 160억달러(약 19조원)로, 실물금 투자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금투자펀드를 이끄는 2대 투자기관은 중국 1, 2위 금광업체인 산둥골드그룹과 산시골드그룹이다. 이들은 각각 35%,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삐 풀린 달러, 금으로 잡겠다"

중국은 이 펀드로 일대일로(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유라시아 각국의 금광개발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러시아연방의 개발되지 않은 막대한 금광이 주된 타깃이다. 현재 전 세계 1, 2위 금생산 국가는 각각 중국과 러시아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투자펀드의 미래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금투자펀드 출시발표에 앞선 지난해 5월 11일 중국 국영골드그룹은 러시아 최대 금광개발그룹이자 세계 10대 기업인 폴리우스그룹과 합작을 선언했다. 이들 기업은 러시아 연방 시베리아 북동지역의 나탈카시에 위치한 러시아 최대 금광을 함께 개발한다. 유라시아를 관통해 건설되는 고속철도는 금광개발 사업의 촉진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투자펀드의 궁극적 목표는 신실크로드를 잇는 유라시아 각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금과 연동시켜 지키자는 것이다. 엥달은 "신실크로드와 브릭스 국가는 막대한 인적/물적자원을 가진 나라들로, 이들이 자국 통화를 금과 연동시킬 경우 전 세계 경제의 판도는 지금과 전면적으로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은 외환보유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16년 3월 현재 중국 인민은행이 공식 발표한 3조2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중 60%, 약 2조달러가 미국 국채와 패니 매, 프레디 맥 모기지증권 등 유사국채에 쏠려 있다. 하지만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달러자산에 할당하는 대신 금괴나 금광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내일신문 4월 18일 9면 '중국 민관 금확보 열풍' 참조).

엥달은 "중국의 외화자산 리스트 최상위는 전 세계 각국의 금광개발 사업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품질이 보장된 많은 금광보유 업체들이 현금부족에 허덕이면서 파산대열에 동참하는 현재, 중국의 금광투자는 골드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IMF SDR) =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IMFSDR) = IMF회원국이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IMF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긴급 자금이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면서 전 세계 각국이 고통을 당하자 1969년 만들어졌다. SDR의 가치는 당초 금으로 표시 됐으나 1974년 7월부터 가치기준을 세계 무역에서 비중이 큰 나라의 통화시세를 가중평균하는 표준 바스켓 방식 (standard basket ystem)으로 변경됐다. 2015년 11월 중국 위안화가 SDR기반통화에 편입되면서 SDR통화 바스켓 구성 비율은 달러 41.73%, 유로 30.93%, 중국 위안화 10.92%, 일본 엔화 8.33%, 영국 파운드화 8.09%로 조정됐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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