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끓인 국밥 2천그릇 대접"

2016-05-23 11:50:43 게재

종친회 기탁금으로 효행상도

수원 율천동 노인잔치 '화제'

"매년 주민들이 손수 준비한 음식으로 어르신 2000명을 한자리에 모시고 잔치를 엽니다. 이 정도면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지 않나요?"



지난 21일 오후 12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성균관대학교 체육관. 율천동에 거주하는 어르신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 율천동 어르신 큰 잔치'가 열렸다. 대부분 동주민센터가 주최하는 경로잔치는 뷔페 등 주문한 음식으로 잔치를 치른다. 하지만 율천동은 매년 주민들이 손수 음식을 장만해 노인들을 대접한다. 올해는 소머리국밥이 주 메뉴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부녀회, 통친회 등 주민들은 잔치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3일 전부터 동주민센터 앞마당에 모여 대형 솥에 소머리 16두를 삶고 각종 반찬들을 손수 준비했다. 조기동 율천동장은 "율천동은 주민 수가 4만6000여명으로, 다른 동에 비해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지만 정성이 깃든 식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주민들이 매년 직접 음식을 장만해 대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잔치는 '율천동 북소리 난타팀'의 식전공연과 윤전초교 어머니·학생들로 구성된 '밤송이 알밤 합창단' 축하공연에 이어 화찬효행상 등 수여식이 진행됐다. 화찬효행상은 1996년 율천동 윤씨종친회가 기탁한 1000만원을 종자돈으로 화찬효행상 추진위원회를 꾸려 이듬해부터 매년 효행자를 발굴해 주는 상이다. 올해는 암 투병중인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는 김춘환(56)씨가 수상했다. 이후 각급 동 단체장들의 '어머니의 마음' 합창과 점심식사, 어르신 노래자랑 및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행사를 주관한 김정동 율천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경기가 어렵지만 각 단체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한마음으로 봉사하고 후원해준 덕에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조기동 동장은 "손수 마련한 정성스러운 음식을 어르신들에게 대전하는 전통과 경로효친사상을 계승발전시켜 주민이 화합하고 정겨운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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