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나쁜 투자' 언제까지

2016-07-07 00:00:01 게재

시민단체 "가습기살균제 기업 3조8천억 투자 철회해야"

연금 "책임투자 고려 근거 4월에 마련 … 사실검토 중"

국민연금의 '나쁜 투자'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에 투자한 돈이 약 3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시작됐지만 국민연금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진 상태다. 가해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실천을 재차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국민연금과 인재근 국회의원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기준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투자한 돈은 3조8536억원이다.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해 논란이 된 이마트 GS리테일 SK케미칼 홈플러스 롯데쇼핑 롯데마트 AK홀딩스 옥시 테스코 코스트코 등 10개 회사에 대한 주식·채권·대체투자액을 모두 합친 액수다.

기업별로는 이마트에 대한 투자가 1조2999억원으로 가장 많고, 홈플러스(9700억원), 롯데쇼핑(5530억원), GS리테일(3872억원) 순이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제공한 SK케미칼에 대해서는 3308억원, 옥시에는 127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가습기살균제가 논란이 된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1년에는 해당기업들에 2조3582억원을 투자했지만 4년 만에 1조원 이상 투자액을 늘렸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이슈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2011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셈이다. 인 의원은 "2011년 처음 사태가 벌어졌을 때 즉각적인 조치가 있어야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투자철회 및 축소검토 등의 시정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이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책임투자를 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데 이어 6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기업에 대한 투자철회 및 사회책임투자 실천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등은 "전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이 국민생명을 위험하게 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 가해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대응은 거북이걸음 수준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부 가해기업들에 대해 사실확인을 위한 공문을 보냈고 이에 대한 답변서를 일부 수령한 상태다. 답변서를 수령한 이후 내부 검토에 들어가야 하지만 기업들이 무성의한 답변을 보내온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재차 공문전달 및 답변서 수령 등의 지리한 과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답변서가 다 온다고 해도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연기금 운용에 책임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는 근거가 기금운용지침에 반영된 것이 올해 4월"이라면서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어떤 하위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는 아직 세팅을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UN의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한 것이 2008년인데 아직도 사회책임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투자철회는 물론 가해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유사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주주제안을 내고,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책임이 있는 임원들의 선임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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