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지각변동

2016-07-08 10:31:46 게재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 이유영 옮김 / 원더박스

'권력의 수레바퀴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저자는 현시대를 지배하는 상인 체제가 금융 불균형과 경기침체, 부채 등의 문제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진단한다. '상인형 자본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또 다른 권력 구조의 재편을 예견한다. 저자는 권력의 역사를 '카스트' 제도로 해석한다. 권력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인 군인 현인 등 세 카스트의 역할과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상업적이며 경쟁적인 동기를 앞세운 상인과 귀족적이며 군국주의적 동기를 앞세운 군인(전사), 그리고 관료제적 또는 사제적 성향의 현인. 이들 세 집단은 서로 대립하거나 협력하면서 노동자 집단을 억누르거나 구슬리며 권력을 쟁취하고 지배 질서를 형성해 왔다.

저자는 고대부터 근현대, 동양과 서양, 경제 이론부터 문학 작품까지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새롭게 포착함으로써 카스트가 어떻게 권력의 부침과 순환을 만들어 왔는지 설명한다.

"군대, 상업 조직, 관료제 등과 같이 권력 행사에 있어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네트워크들이 존재한다. 바로 이런 조직들이 특정 직업과 경제 구조가 변해도 지역과 역사를 불문하고 살아남는다. 이들이 바로 '카스트들'인 셈이다." … 19쪽

저자는 특정한 집단이 배타적으로 독주할 때 권력의 수레바퀴는 반드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권력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단정적으로 어떤 카스트가 권력을 움켜잡을지는 단정 짓지 않았다. 상인 군인 현인 등 종전 그룹들이 권력 전쟁을 주도할지, 아니면 새로운 다크호스로 '노동자'가 떠오를지…. 열린 결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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