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나 보호 못해" 95%

2016-07-14 11:16:27 게재

메르스 사태 영향조사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은 대부분 국민들은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심리학회지에 실은 논문 '메르스 감염에 대해 일반대중이 경험한 두려움과 정서적 디스트레스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서 이 같이 발표했다.

연구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작년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진행됐다. 29세 이상의 남녀 성인 45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결과,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해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95.6%가 '그렇다'고 답했다. 국가와 보건당국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28.2%, 24.9%에 머물렀다.

이는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발생 당시 홍콩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스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국가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응답률과 큰 격차를 보였다. 당시 홍콩의 응답자는 80.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논문은 "이런 상반된 결과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불안이 남은 상태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국가가 초기 대응에서 실수를 반복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국가로부터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불신이 더욱 확고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스 발생으로 자신 또는 가족이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응답자의 80.2%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밝힌 이도 46%였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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