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거급여 시행 1년인데

대상자중 8만명이 급여혜택 못 받았다

2016-07-25 10:28:26 게재

소재불명 등으로 수급대상서 제외 … '부양의무자 기준' 등 제도개선 시급

지난해 7월 '맞춤형' 복지정책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 일괄지원하던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를 급여별 특성에 따라 개별 급여로 전환한 지 1년이 됐다. 이 중 주거급여는 주거급여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맡아 시행 중이다. 새로 개편되면서 주거급여 대상자가 늘고, 수급액이 많아지는 등 이전보다 개선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 '소득인정액' 등 여전히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수급가구 80만명으로 16.6% 증가= 국토부가 지난해(12월 기준) 주거급여 지급내용을 분석한 결과, 주거급여 수급자는 임차 수급가구(72만2000가구)의 경우 1인 가구가 44만7000가구로, 전체의 66.3%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고령가구가 29만가구(40.4%)로 가장 많았다. 월평균 소득인정액은 26만1000원, 임차료는 15만원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바뀌면서 대상자와 수급액이 늘었다. 수급가구는 기존 68만6000가구에서 80만가구로 16.6% 증가했다. 제도개편으로 수급대상이 중위소득 33→43%(4인 기준 188만8317원) 이하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형별로는 임차료 지원을 받는 임차가구가 72만2000가구, 주택수선 혜택을 받는 가구가 7만8000가구였다.

수급가구의 월평균 급여액도 증가했다. 기존 8만8000원→10만8000원으로 많아졌다. 이에 따라 수급가구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감소했다. 소득인정액 대비 실제 임차료부담액(임차료-주거급여액)이 28.8%에서 13.3%로 약 15.5%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가구에 대한 주택개량 지원도 강화됐다. 주택 노후도에 따라 경보수 350만원, 중보수 650만원, 대보수 950만원까지 한도액이 많아졌다. 기존에는 주택 노후도에 관계없이 최대 220만원까지만 지원했다.

국토부는 "주거급여제도 개편으로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 효과가 개선됐고, 수급자 대부분도 개편 주거급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 불용액 과도" 지적=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할 사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아직도 많은 주거취약계층이 주거급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급요건을 충족하는 가구는 95만9000가구였다. 이중 주거급여를 지급받은 가구가 80만가구(임차 72만2000가구, 자가 7만8000가구). 15만9000(19.9%)가구가 수급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 중 정부·지자체 등에서 제공하는 시설에 거주하는 8만가구를 제외한 7만9000가구가 문제다. 이들은 △소재불명△장기입원 △조사거부 △부재 △입증자료 없음 △사망추정 등의 이유로 주거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최근 예산집행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가 97만명에 해당하는 예산을 확보하고도 80만명에게만 지급해 2539억6800만원(예산 집행률 68.0%)이나 남은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결산 예비심사보고서를 통해 "불용액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주거취약계층 보호에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97만가구에 주거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일부 운영경비 예산은 '뉴스테이법 심사활동' 등 주거급여와 무관한 활동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정확한 수급권자 수와, 수급권자 중 주거급여 제외대상 규모가 불분명한 상태였다"며 "예산부족으로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유분을 최대한 확보한 예산편성"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새 주거급여 도입을 위해 2014년부터 시범사업, 관련 연구 등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친 점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거권네트워크 홍정훈 간사는 "소재불명 등은 행정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보다 많은 가구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집행력을 강화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거급여를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 관련 사업에 사용한 것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시흥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제도 보완도 시급하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새 제도 시행 전부터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주거급여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장은 "현장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급여신청시 부양 의무자에게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아와야 하는데, 대부분의 수급자들은 "애들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내가 박스를 주을게"라며 포기한다는 설명이다.

주거급여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사람'이 수급대상이다.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소득인정액이 지급기준에 해당되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 현행법은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소득인정액은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수급제도에 포괄되지 못한 경우가 60만가구에 달했다. 이는 전체 수급대상자의 2/3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별급여로 바뀐 지금도 상당한 가구가 이런 경우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4월 말 '주거급여 보장수준 및 지원대상 확대방안 등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서도 검토키로 했다.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를 완화·폐지하는 방안과, 주거급여 수급자 중 특정계층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민 국토부 주거급여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수급가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지만 당장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새 주거급여를 시행하면서 예전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시행한지 1년 밖에 안 된 상태에서는 수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선 행정 현장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페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자체적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채, 소득액만을 기준으로 8월부터 주거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김현정 시흥시 주택과 주무관은 "시흥시는 저소득 임차가구가 상당히 많다"며 "지난해부터 자체 주거복지계획에 따라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의 경우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는 반면, 독일과 스웨덴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시흥시의 경우,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 중 주거급여 수급가구 비율이 20.2%에 불과하다"며 "수급가구를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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