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삼성 기업문화 혁신

자발적 몰입 높여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한다

2016-07-27 10:42:51 게재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 성공 고무적

임원 확산, 복원력·장기성 극복이 과제

최근 삼성의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언은 급변하는 세계시장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다지겠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변화를 시도해서 성공할 확률은 대체로 20~25%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구자와 경영자들은 큰 변화를 시도한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로 조직문화 중요성을 간과한 점을 지적한다. 큰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컬처혁신' 중요성이 강조된다.

 

삼성은 2013년부터 쿨비즈 패션을 도입해 매년 여름 실시하고 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소매 차림의 전동수(왼쪽) 삼성메디슨 사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모습. 사진 삼성 제공

"경쟁력 핵심은 조직 문화" =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경쟁력의 핵심은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조직문화이며 조직문화는 모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IBM의 전 회장 루 거스너는 "IBM의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조직변화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조직문화 변화 필요성에도 실제 변화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조직문화는 변화하더라도 되돌아가려는 성질,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또 변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속성이 있다. 변화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저항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기업마다 직면하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 적용 가능한 체계적인 조직문화 변화관리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주요 프로세스를 명확히 하고 각 프로세스에서 계층별 역할과 변화에 활용할 수 있는 틀을 구체화하면 체계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CEO(최고경영자가)가 조직문화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변화 속도를 조절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현 가능한 것부터 우선 진행 = 삼성은 이와 같은 지적을 바탕으로 수년전부터 실현 가능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기업문화 변화를 꾀해 왔다.

삼성은 2012년부터 미디어삼성과 SBC 그룹방송을 통해 건전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NO폭 캠페인'을 진행했다.

음주로 점철된 회식문화 근절을 위해 2012년말부터 진행한 캠페인인 '변화酒도 캠페인'이 있다. 술자리 3대 악습인 벌주 원샷 사발주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 캠페인 시행 이후 음주문화가 개선되고 술 없는 회식 비율이 증가하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11월에 보건복지부가 '우수 음주폐해예방교육, 캠페인 활동 기업'으로 삼성그룹을 선정했다. 삼성은 복지부 장관 명의의 감사패를 받았다.

2013년부터 시작된 '폭언방지 캠페인'은 사내 언어 폭력 근절을 통해 '존중의 기업문화' 정착에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사내 온라인 사보인 '미디어삼성'에 육아 부부 가족관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꾸려진 상담코너를 마련해 임직원들이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상담코너를 통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와 가사분담 문제' '워킹맘의 우울증' '잦은 가족모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임직원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 2014년부터 시작한 '삼성인 식습관 개선-싱겁게 먹읍시다' 캠페인은 임직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은 더불어 '휴대폰은 공식 회의ㆍ식사 장소에 가져가지 않는다'는 등 '비즈니스 자리에서의 모바일 매너 기본 5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휴대폰 제조업체로서 삼성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자율출퇴근제를 운영중이다. 2013년에 쿨비즈(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소매를 입는)를 도입해 매년 여름철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주말과 공휴일에 반바지 차림의 출근도 허용하는 등 곳곳에서 기업문화 변화에 힘쓰고 있다.

근무 형태·공간을 바꾸다 = 기업문화 혁신은 근무형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워크 스마트' 캠페인을 전개해 우수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경영시스템과 조직문화 구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자율출근제를 도입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임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제도다.

지난해부터는 자율출퇴근제로 제도가 발전해 생산직을 제외한 전 직군에서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율출퇴근제는 주 5일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되 1일 4시간 이상 근무하면 되는 제도다. 2012년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래 2014년 7월 디자인과 연구개발직군으로 확대했다. 2015년 3월말부터 생산직을 제외한 전 직군으로 넓혔다. 또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제'도 2011년 5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센트럴 파크에 있는 'C랩' 내부 모습. 이곳은 자유로운 토론과 협업, 아이디어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진 삼성 제공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내에 센트럴파크가 있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 대지면적 3만7259평 규모다. 지상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했다. 지하 1층에는 은행 카페 메가마트 등 편의시설과 휘트니스센터, 각종 동호회 시설물을 마련했다.

사원들이 선호하는 공간은 휘트니스센터와 동호회 시설물이다. 이곳은 5300명이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운동기기와 인공암벽, 스쿼시 코트 등을 갖추고 있다. 야근을 줄이고 자율출퇴근제를 장려하는 분위기 덕에 임직원들의 관심이 높다.

모두 40개 동호회실로 구성된 사내 동호회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탁구 검도 태권도 바리스타 연극 사진 오케스트라 밴드 등 다채롭다.

센트럴파크의 하이라이트는 'C랩' 공간이다. C랩은 2013년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도입됐다. 모두 4개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임직원들은 자유로운 토론과 협업, 활발한 아이디어 교류를 한다.

2014년 3월 오픈한 사내 시스템 '모자이크'는 30만 삼성전자 임직원 역량을 결집해 창조적 성과를 창출한 삼성전자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아이디어에 사람을 더한다는 컨셉트에서 출발했다.

모자이크 페이지뷰는 지난해 2870만건, 참여자 수 6만4000명을 넘겼다. 크고 작은 제안과 게시글 수는 15만건 이상이다. 특허 61건을 포함해 105건을 자산화했다.

모자이크 운영은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사내 문화 조성에 기여했다.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 효과도 낳았다.

삼성전자는 면밀한 검토와 준비과정을 거쳐 모자이크를 도입했으며 운영단계에서 홍보와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자이크의 성공은 △컴퓨터 환경과 온라인 시스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수의 지성인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백 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기획팀 대리는 "모자이크를 활용해 회사가 상당히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상사나 임원들도 신입사원 못지않게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회사 미래에 대한 확신도 들었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 몰입 강화 = 삼성전자는 이같은 시행 경험과 결과를 토대로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발표한 이 선언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관행을 과감히 떨쳐내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로 혁신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①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②업무생산성 제고 ③자발적 몰입 강화의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몰입을 강화하기 위해 장시간 근무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계획형 휴가 문화를 구축하기로 했다. 습관성ㆍ눈치성 잔업이나 주말 특근을 줄이고, 가족사랑 휴가나 자기계발 휴가 등 다양한 휴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차휴가 사용일에 근무하는 경우 임원에게 알리는 등 계획서대로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급여 지급일인 21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야근 회식 없이 정시 퇴근하도록 했다.

또 임직원 전용 여행상품 개발, 배우자 유산 휴가제도, 휴직 직원 대상 의료비 지원, 갱년기 추가 건강검진 등도 신설하고 있다.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그동안 관리의 삼성, 시스템의 삼성이라는 조직문화는 삼성의 핵심경쟁력의 하나였다"며 "삼성전자의 기업문화 혁신은 기존 장점을 살리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기업문화 혁신에 성공하려면 직원이 열정적으로 동참해야 하고 회사 목표와 자신의 업무를 잘 이해해야 한다"며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하고 교육과 사회문화 분위기 등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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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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