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_ 제3회 부모님과 함께하는 한여름 밤의 힐링 북 토크

독서에 빠진 여름밤… 엄마와 함께여서 행복이 ‘두 배’

2016-07-28 00:55:10 게재

봉영여자중학교(교장 안영훈) 독서치료동아리 회원들과 학부모들은 지난 7월 22일 저녁 7시 학교도서관에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한여름 밤의 힐링 북 토크'에 참여했다. 올해 세 번째인 독서캠프는 학생들에게 독서와 관련한 추억을 심어주고, 엄마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동아리 회원 중 신청을 받아 선정된 엄마와 딸 6팀이 참여한 봉영여중의 독서캠프 현장을 찾았다.

책을 통해 속마음을 터놓는 시간
지난 7월 22일 저녁 7시, 늦은 시간 방학을 맞은 봉영여중 도서관에 웬일로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이날은 여름방학을 맞아 밤늦게까지 엄마와 동아리 회원들이 사서가 읽어주는 책을 듣고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해보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한여름 밤의 힐링 북 토크’ 시간으로 마련됐다.
봉영여중 전윤경 사서는 “사춘기를 맞이한 자녀들과 소통이 어렵다. 사랑하지만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고 서로의 마음을 몰랐던 엄마와 딸이 책을 매개로 속마음을 터놓는 시간”이라며 독서캠프를 소개한다. 봉영여중의 독서캠프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고 해마다 독서동아리 회원 중 신청을 받아 10팀 이내로 선정해 캠프를 운영한다. 올해는 6팀 12명의 엄마와 딸이 선정됐다.

 

도서관에서 위로와 희망을
늦은 7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캠프의 막이 올랐다. 자신의 이름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간단한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이다.
물음표를 다양한 색으로 칠한 1학년 진연서 엄마 손효정씨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물음표를 던지며 살았던 거 같다. 늘 물음표 같은 인생이었다”며 자신을 소개한다. 한 송이 꽃을 그린 3학년 이인영 학생의 엄마 김세영씨는 “세상에서 꽃처럼 사랑받는 사람이 되라고 부모님이 세상 세(世)자에 꽃부리 영(英)자로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어느 순간 세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됐다”며 “아직도 꽃처럼 사랑받고 싶다”고 말했다.
3학년 김혜민양은 뫼비우스의 띠를 그렸다. “뫼비우스의 띠는 끝이 없다는 의미다.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도 무한을 의미한다. 좋아하는 그룹의 이름처럼 무한 발전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표현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자 마음을 풀기 위한 몸풀기 게임이 이어진다. “몸이 풀려야 마음이 풀린다”는 전윤경 사서는 발끝이 서로 떨어지지 않고 앉아서 일어나는 게임과 ‘늑대가 나타났다’ ‘사냥꾼이 나타났다’ 게임으로 마음 풀기를 했다. 

 

한여름 밤, 사서가 읽어주는 그림동화
드디어 독서로 힐링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전윤경 사서는 오늘을 위해 준비한 2권의 동화책을 읽어준다. “오늘은 그림책을 준비했어요. 고토 류지의 <우리 엄마 맞아요?>는 어버이날을 맞아 아이가 엄마한테 편지를 쓰는데 “엄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가 아닌 ‘엄마한테 바라는 점 세 가지’를 떡 하니 썼어요. 로버트 먼치 작가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는 미국에서만 1,500만 부 이상, 그리고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없이 많이 팔린 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내기 좋은 책입니다.”
동화를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엄마와 아이들. ‘아이들 마음을 풀어내기 좋은 책’이라는 설명처럼 서로의 마음이 절로 풀린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추억이 담긴 물건을 자꾸 버리는 엄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책 속의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하고 ‘엄마가 네 물건 상의 없이 버린 적 있니”라며 살짝 물어보기도 한다.

편지로 서로의 속마음 나누기
캠프의 절정은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당연하지만 고백하기가 너무나 쑥스러워 한 번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아이가 셋이면 엄마 사랑이 셋으로 나뉠 거라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300% 마음으로 너희에게 똑같이 사랑을 준다”며 아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는가 하면 “진로 고민이 많은 너에게 자신 있게 확답을 주지 못하는 엄마가 미안하다”는 간절함도 전달된다.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나한테 털어놔. 다 이해할 수 있어” “무얼 해도 항상 응원할게” “평생 가장 친한 친구로 남고 싶다”는 희망도 전했다. ‘엄마’란 단어에 한 자도 쓰지 못하고 울기만 한 친구를 위해 “그래서 크리넥스 티슈가 필요한거야”라며 서로를 위로하며 캠프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니 인터뷰


1학년 진연서 학생
“책으로 소통하는 시간이었어요”

책을 통해 부모님과 소통하고 친근감 있게 만들어준 캠프였어요. 내 생각을 친구가 아닌 엄마와 나누는 것이 쑥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자연적으로 엄마 마음도 알게 됐고 동화책을 들으며 많이 공감했어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도 저처럼 힘들다는 것을 알게 돼 위안이 됐어요.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또 참여하고 싶어요.


2학년 최수민 학생
“엄마랑 도서관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 즐거웠어요”

엄마와 도서관에 같이 왔다는 자체가 어색했어요. 저는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고 뭐든 담을 수 있는 크고 튼실한 그릇이 되고 싶다고 그렸어요. 그런데 엄마는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다고 하트를 그려 이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요. 엄마와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됐어요.


2학년 김성진 학생
“선생님이 읽어주는 그림책에 공감했어요”

처음에 ‘엄마와 함께하는 한여름 밤의 힐링 북 토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엄마와 함께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게임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동영상을 보고 사서선생님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들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엄마에게 평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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