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미 국채, '수요·공급의 법칙' 거스르는 이유는 뭘까?

2016-09-06 11:04:36 게재

금은 수요↑가격↓, 미 국채는 수요·수익률 동시하락 … 중국, 2011년 이후 금 사고 미 국채 팔아

수요가 커지면 가격이 오른다는 건 경제학의 기초다. 하지만 금과 미 국채가 그같은 기본법칙을 거스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관련 전문블로그인 '이코니미카'(econimica)는 최근 "중국이 2011년 7월 이후 금을 사들이고 미 국채는 팔고 있다"며 "중국의 막대한 수요에도 금값은 내려가고, 미 국채 수요가 줄었는데도 수익률은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글 전문.

2000년 이후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약 4조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이어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건 놀랄 일이 아니다. 2000년 이후 약 1조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늘렸다. 이전 보유분까지 합하면 중국은 대략 1조2400억달러(약 1372조원)의 미 국채를 갖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는 해마다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의 미 국채보유량은 2011년 7월 이후 증가세를 멈췄다. 이때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격렬한 부채(국채)한도 증액 논쟁을 벌이던 시기로,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하는 게 아니냐는 전 세계적 우려가 팽배했다. 또 국제 금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때이기도 하다.

2011년 7월 이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미 국채 투자를 멈췄다. 이전 11년 동안 대미 흑자분의 50% 이상을 미 국채 매입에 쓰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그럼 중국은 무엇을 샀던 걸까. 중국은 막대한 양의 금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2011년 7월 이후 1조달러에 가까운 금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추산이 맞다면 중국의 금 보유량은 공식통계(1823톤)보다 훨씬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계산상으로는 5000톤이지만, 일부에서는 1만톤을 넘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중국이 2011년 7월 이후 미 국채 대신 금을 사기 시작했다면, 금값은 오르고 미 국채 값은 내려야(수익률은 올라야) 옳다.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금값은 1/3 하락했고, 미 국채 수익률도 1/3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구매자가 사라지고 새로운 흐름이 지속돼 재고량이 최고 수준에 달하면, 새로운 구매자를 유인하기 위해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오르기 마련이다.

시기별 미 채권 발행량과 매입 주체를 보면, 미 연준이 대규모 국채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을 종료한 이후 외국의 미 국채 매입이 급감했다.

외국의 미 국채수요를 자세히 보면, 중국을 필두로 한 브릭스의 미 국채 매입은 2011년을 기점으로 '블릭스'(BLICS, 벨기에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케이먼제도, 스위스)로 대체된다. 블릭스는 금융업이 발달한 나라들이란 공통의 특징을 갖고 있다.

연준의 양적완화와 미 국채 수익률 변화를 보면(오른쪽 그래프 참조), 양적완화가 시작되면 수익률이 오르다가 매입규모를 줄이거나 멈추면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 등 브릭스가 미 국채 매입을 멈춘 2011년 수익률은 하락했다. 2014년말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하자(국채매입 중단) 수익률은 더 떨어졌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1년 7월까지 매년 평균 1800억달러에 이르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900억달러를 미 국채매입에 썼다.

이 기간 동안 국제 금시세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0년 초 온스당 285달러였던 월간평균 국제 금시세는 2011년 8월 1781달러로 치솟았다.

2011년 8월부터 현재까지 중국은 매년 평균 3000억달러에 이르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미 국채 매입은 외면했다. 오히려 무역흑자의 5%에 해당하는 양의 국채를 매도했다.

차고 넘치는 달러를 가진 중국이 미 국채를 사지 않았다면 무엇을 매입했을까. 국제금융업계의 대체적인 추산은 금 매입이다. 과거 미 국채처럼 무역흑자액의 절반 정도를 금 매입에 썼다면 그 규모는 연간 1500억달러에 달한다. 엄청난 양의 금을 매입할 수 있는 규모다.

특이한 점은 중국이 미 국채 대신 금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여겨지는 2011년 8월부터 국제 금시세가 가파르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당시 온스당 1781달러에 달했던 월간평균 국제 금시세는 올해 현재 1321달러로 약 25%가 줄었다.

2011년 7월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미 국채의 가치는 경제학 교과서가 자랑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미 국채의 경우 연준의 양적완화가 끝나고 중국의 대규모 매입열풍이 종료됐는데도 약 1/3 가량 수익률이 떨어졌다. 금의 경우 중국의 금 확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데도 약 25% 가량 시세가 하락했다. 이는 수요-공급 법칙이 적용되는 자유시장의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대한 의문점들이 생겨난다. 중국은 실물금 확보를 통해 무엇을 노리는가. 미국 정부와 월가는 국제 금시세를 낮게 조작하면서 중국의 실물금 확보를 은밀히 도와주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뭔가. 중국에 막대한 양의 실물금을 파는 이는 누구인가. 또 중국 등 큰손들이 외면하고 있는 미 국채를 사들이는 주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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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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